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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아프리카·유럽 발도장 찍는 '시'…목표는 글로벌 무역平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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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 리포트 - 중국의 통상정책

美와 차별화 전략…남아공·콩고에 220억달러 투자
아이슬란드·스위스 등 유럽국가와도 잇달아 FTA 체결
아시아·우방국가로 한정됐던 통상영역 세계로 확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해 3월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하를 밑도는 추운 날씨 속에 나타난 시 주석은 러시아 정부의 환송을 받으며 전용기에 올랐다.
시 주석이 취임 후 첫 방문국이자 국빈방문이었던 2박3일 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중이었다. 세계 언론은 그의 다음 일정에 주목했다. 우호국인 러시아를 제외하고 사실상 첫 해외순방지로 어느 지역을 선택할 것인가에 시진핑 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 주석을 태운 비행기는 이날 오후 아프리카 탄자니아 은예레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많은 언론은 의구심을 품었다. 중국과 탄자니아의 무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24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중국이 한 달 2000억달러를 웃도는 상품을 수출한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탄자니아는 경제적 중요성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탄자니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2대 투자국이라는 설명도 명쾌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에 담긴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중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경이로운 경제성장으로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2(주요 2개국)'의 지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과 맞설 만큼 국력이 강하지도 않았고 국제사회에서 받는 관심과 기대도 미국에 미치지 못했다.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은 앞으로 중국이 패권국인 미국과 차별화 된 노선을 걷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아시아 넘어 아프리카·EU로= 시 주석은 탄자니아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를 방문해 항만과 도로 등 인프라 투자와 사회개발에 총 22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콩고에서는 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우호의 병원'을 짓는 데 1100만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인 고급 의료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각국 언론들은 그동안 중국은 나이지리아와 남아공, 잠비아 등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도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외교를 강화해 왔지만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은 '자원외교'에서 '무역·통상·경제개발 강화'로의 방향 선회를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만큼은 미국을 압도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마오쩌둥은 서방의 식민주의로 내던져졌던 아프리카를 지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이 같은 중국과 아프리카의 우호적인 과거의 메아리를 연상케한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방문 1년 뒤인 지난 3월22일 시 주석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벨기에 4개국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독일 방문은 8년, 벨기에는 27년 만이었다. 특히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크게 발전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외교구도를 완비하고 이와 함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작년 4월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7월에는 스위스와 FTA를 체결하면서 유럽국가와 통상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중·스위스 FTA에서 중국은 스위스에 대한 수출품의 99.9%, 스위스는 중국에 대한 수출품의 99.7%에 대해 관세 혜택을 제공해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추진했다. 아울러 환경, 노동, 지적재산권 등에 대해서도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

이처럼 시 주석은 과거 아시아와 일부 우방국에 한정됐던 중국의 통상·무역 영토를 세계로 넓히겠다는 야심을 내보이고 있다.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 시장이라는 아프리카에서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유럽과 관계에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최종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외교적 갈등 대신 실리 추구= 시 주석의 통상 정책은 '실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대만 FTA 협상 재개다. 지난달 10일 중국과 대만은 제9차 양안 상품무역협정 협상을 가졌다. 지난 3월 대만 학생들의 협상 반대시위로 중단됐던 대화를 5개월 만에 재개한 것이다.

그러나 통일 문제에 대해 서로 날을 세우면서 견제를 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외교적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신중국 건국 65주년 기념식에서 “양안 동포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양안관계 발전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릫하나의 중국릮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콩 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일국양제' 방침을 대만으로 확대해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과 주변국 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해 '한중 FTA 연내 체결'을 강조하면서 중국 시장 내 한국 기업의 진출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는 대만을 중·대만 FTA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는 양동작전을 훌륭하게 구사한 셈이 됐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5년간 대만 제조업에 217억달러 이상의 생산액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통상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 통상전문가는 “중·대만 FTA 협상이 비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난제가 남았지만 양국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경제 분야의 발전에 저해를 받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 할 것”이며 “산업별 쟁점사항을 상호 조율하고 정치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끟동아시아 경제통합의 꿈= 시 주석은 한중 FTA를 시작으로 한 한·중·일 FTA와 함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는 한중 FTA는 물론 다자간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지역 통합의 꿈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내년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는 RCEP는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6개국 간 경제발전의 격차가 커 모든 국가를 만족시키는 개방 수준을 합의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개방 수준이 낮은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도 불구 시 주석은 미국과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2일부터 8일간 아시아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아시아 사회기반시설 투자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상하이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 교류와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지역의 안보협력기구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은 한중 FTA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FTA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향후 중국이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있어 속도를 더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FTA 현황

▲중국 FTA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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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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