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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소 8마리 지참금

최종수정 2014.09.22 11:23 기사입력 2014.09.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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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어느 부족에 조니 링고라는 청년은 평범한 외모의 노처녀 사리타를 위해 소 8마리를 지참금으로 제시하면서 청혼했다. 보통 지참금은 소 2~3마리면 충분했다. 지금까지 그 동네에서 소를 8마리나 받고 시집간 처녀는 없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지참금을 받고 시집간 사리타는 결혼 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났고, 자태는 여왕처럼 의젓해졌다. 외부에서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은 한눈에 동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중에 링고에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지참금을 많이 줬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사리타를 위해 남보다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그로 인해 사리타는 자신이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이 생각이 사리타를 행복한 여인으로, 아름다운 여인으로 바꿨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통 큰 결단을 했다. 감정가 3조원대인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 10조5500억원을 써냈다. 낙찰가를 5조~6조원대로 생각했던 투자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입찰에 참여한 회사 주식을 투매했다. 낙찰가 발표 직후 18일 하루동안 날아간 이들의 시가총액만 8조5000억원이나 된다.

현대차 주주들만 놀란 게 아니었다. 혹시 개발비까지 포함된 가격 아니냐, 설마 한전까지 인수하는 패키지로 오해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현대차 주식 한 주 없는 사람들까지 '어마무시'한 베팅에 놀랐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입장은 '쿨'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 회장은 인수금액이 과하다는 논란을 일축하듯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했다고 한다. 입찰에 참여한 임직원들을 치하하면서 한 말이란다. 현대기아차그룹도 한전 부지 인수는 100년을 내다보고 한 것이라 가격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덕분에 삼성동 한전 부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 중의 하나가 됐다. 이번에 현대차가 제시한 한전 부지는 3.3㎡당 4억원을 넘는데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을 제하면 실질적으론 평당 7억원이나 된다. 적어도 본사 땅 값만큼은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 세계 최고가 된 셈이다.

땅값은 정해졌다. 지참금과 달리 그 값을 할 것인지 여부는 땅이 아니라 그 돈을 지불한 새 주인에게 달렸다.


전필수 팍스TV 차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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