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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10살짜리의 학교폭력

최종수정 2014.08.04 11:10 기사입력 2014.08.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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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몇 반인지는 당연히 모르고, 가끔은 몇 학년인지도 헷갈리는 아빠들과 달리 친구 Y는 틈만 나면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좋은 아빠다. 쉬는 날엔 오롯이 아들들과 보내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놀이개발에도 열심이다. 시시콜콜한 안줏거리가 떨어질 무렵, Y가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 아들 얘기를 꺼냈다. Y의 아내가 막내 아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연루되는 바람에 교육청과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이제 겨우 10살인데 무슨 학교폭력인가 싶어 모두 귀를 모았다. Y의 막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 매일 5000원 정도 용돈을 받는 아이가 있다고 했다. 이 아이에게 같은 도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몇백 원씩 거의 날마다 받았단다. 이 아이는 친구들이 몇백 원씩 달라고 할 때마다 별말 없이 줬고, 이를 지켜 본 Y의 아들도 "나도 줘" 하며 공범이 되고 말았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태권도 관장이 아이들이 "난 얼마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을 듣고, 아이들을 훈계한 후 부모들에게도 연락을 하면서다. 전화를 받은 피해 아이 엄마는 가해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만나자고 했다.

엄마들끼리 사과로 끝날 문제가 교육청과 경찰까지 확대된 것은 가해 아이들 엄마 중 일부가 약속 장소에 늦게 가면서 시작됐다. 게다가 몇십 분 늦게 도착한 엄마들은 어린 아이에게 너무 많은 돈을 준 게 문제의 발단이라는 식의 얘기를 해 피해 엄마 쪽이 교육청에 진정하는 사태로 일이 커졌다고 한다.

10살짜리 어린 애에게 하루 5000원이라는 용돈이 많을 수 있다. 친구들에게 돈을 주면서 환심을 사려 한 아이의 행동도 일반적인 범주는 아니다. 그날 약속에 늦은 엄마들은 자기들끼리 만나 피해 아이에게 너무 많은 돈을 준 부모의 교육이 잘못됐다고 성토를 했다고 한다.
왕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따라 나오는 말은 왕따당하는 이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물타기'다. 전방에서 동료들을 총격한 임 병장이나 의무대에서 선임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 모두 똑부러진 것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하지만 똘똘하지 못하다고, 약하다고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Y는 본인이 직접 피해 아이 부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겠다고 했다. 잘난 아이보다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란다. 왕따 문화의 극복은 바른 마음가짐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전필수 팍스TV차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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