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곡선은 세율과 조세수입 간의 관계를 나타난 낸 곡선이다. 보통의 경우 세율이 올라갈수록 조세수입도 증가하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가면 세율이 늘어도 조세수입이 줄어든다. 세금을 많이 떼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주머니에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추세에 동참했다. 하지만 진도가 너무 나갔다. 이제 와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다. 1986년 당시 무려 37.5%(방위세 포함)에 달했던 법인세율은 줄곧 낮아져 2012년 기준 최고세율은 24.2%(부가세 포함)에 불과하다. 기업천국이라는 미국의 경우 최고 법인세율은 무려 39.2%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일본도 37.0%이고, 프랑스 34.4%, 독일 30.2%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법인세율이 높은 수준이다.
물론 최고세율만이 아니라 조세감면 혜택을 반영한 실효세율도 한국의 기업지원정책이 발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에 비해 더 낮다는 건 분명하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 실효세율은 16.5%에 불과하다.
법인세 인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된다. 우선 법인세 인상을 통해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경우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는 동시에 재정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경기활성화는 물론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세수확보보다 어떤 면에서 더 중요한 정책적 목표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낮은 세율하에선 비용절감의 대부분을 이익으로 가져가는 효과가 있어서 지출에 보다 인색해지기 마련이지만, 높은 법인세율하에선 인건비 등의 비용을 지출해도 절세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세율이 40%에 가깝던 1980년대 중반 당시 세금을 내느니 쓰고 만다는 기업들이 꽤 있었던 걸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법인세 인상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칫 증세효과는 적은 반면 중소기업들의 부담만 늘리고 경기활성화에 역행할 가능성만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규모가 천문학적인 기업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연간 순이익이 조 단위를 넘어가는 대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200억원 초과가 최고 세율구간인 것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2억원 이하에 적용하는 세율(10%)은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감안해 현행대로 놔두는 대신 현재 3단계(2억원 이하ㆍ2억~200억원 이하ㆍ200억원 초과)에 불과한 법인세 과세구간을 확대해 구간을 한두 개 신설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초과, 5000억원 초과 등의 구간설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는 최근 정치권 일각과 최 부총리가 제기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해 돈이 돌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과도한 순이익에 대해 법인세율을 인상해 이익조정을 유도하는 것은 기대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자율에 대한 과다한 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인세 과세 구간을 신설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본다.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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