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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절상이 내수부양 효과?…하지만 쓸 돈이 없다

최종수정 2014.07.13 21:00 기사입력 2014.07.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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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서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민의 구매력이 상승하는 만큼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원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는 별다른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이미 소비 여력의 한계가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계수지 흑자는 분명 늘고 있지만 불안한 노후와 비싼 사교육비 탓에 ‘불황형 흑자’에 갇혀 허덕이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가계 소비 증가율(4.4%)은 소득 증가율(5.0%)을 따라가지 못했다. 불안한 노후 준비 자금,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 사교육비 증가 등이 소비를 크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지난 1분기 가계수지 흑자율(쓸 수 있는 돈 중에 흑자액의 비율)은 25.5%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1024조 8000억원으로 1년 만에 61조 7000억원이 급증했다. 서민들이 ‘불황형 흑자’에 갇혀 있는 셈이다.
지난 9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공동 개최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 세미나에서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최근 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시장개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는 사실 내수부진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5월 현재 경상수지는 93억 달러 흑자로 27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흑자액은 315억 달러로 한은이 예상한 올해 전망 흑자액(680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문제는 수출 증가세가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줄어드는 형태의 흑자라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두고 '내수침체형 흑자'로 정의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4월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말 현재 가계부채(자금순환 통계 기준)는 1223조원으로 2012년 1157조원보다 66조원 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가계가 보유한 자산은 8041조원에서 8336조원으로 295조원 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른 자산대비 부채비중은 14.7%로 2012년말(14.3%)보다 확대됐다.

가계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되면 실물자산은 증가하지만, 가계부채 및 이에 따른 이자도 함께 늘어난다. 지표상으로는 자산 증가 규모가 부채보다 많지만,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되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낮은 이유는 가계에 돌아가는 몫이 적기 때문이다. 세금과 연금 등을 빼고 개인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하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지난해 1만4690달러(약 1580만원)로 전년보다 1020달러 늘었지만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PGDI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사정을 가까이 반영하는 지표다.

실제로 가계.기업.정부 소득을 포함한 1인당 GNI에서 가계 몫인 PGDI 비중은 56.1%에 머물렀다. 2010~2012년의 55%대를 벗어났지만 2009년(57.5%)보다는 여전히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2.6%(2012년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쓸려고 해도 쓸 돈이 없다는 얘기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집은 있는데 쓸 돈이 없고 원리금은 갚아야 하는 이런 고통이 최근 몇 년간 계속되면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해 '신 빈곤층'이 생겨났다"면서 "우리 중산층이 붕괴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계속됐기 때문에 절박한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오 학회장은 "과거에 원·달러환율이 균형치에서 과도하게 이탈하며 경상수지 악화에 따른 경제위기가 나타났다"며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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