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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지게효자의 '특별한 3년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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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눈꺼풀이 무겁구나." 2012년 초봄의 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TV를 보며 껄껄 웃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영면(永眠)이었다.

2년하고도 두 달이 더 지난 그 날을 아들 이군익(50·NH농협은행 인천대 출장소장)씨는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8년 전 "금강산 구경이 하고 싶다"는 아흔둘 노부(老父)를 지게에 지고 금강산에 오른 이씨. '금강산 지게효자'로 멀리 중국에까지 알려졌던 그의 특별한 사부곡(思父曲)을 6월 말 이씨의 직장인 NH농협은행 인천대 출장소에서 만나 들었다.
이씨를 처음 인터뷰한 건 지난 2006년 그의 자택에서였다. 이씨의 대학 선배가 60kg 지게를 지고 금강산에 올랐던 이씨의 사연을 알리며 인연이 닿았다. 인터뷰 장소는 자택 앞마당 정자(운봉정)였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거기서 천선대 귀면암 구룡폭포를 보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아버지 이야길 담담하게 들려줬다.
금강산 지게효자 이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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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한 이 사연이 국내외 언론에 크게 알려지자, 공자(孔子)가 잠든 중국 취푸에선 이씨 가족을 초대해 그 뜻을 기렸다. 그 해 연말에는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이었던 박태환 선수와 함께 제야의 종 타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8년만에 다시 만난 이 씨의 얼굴은 몰라보게 그을려있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체격은 단단했다. "요즘도 자주 산을 타세요?" 질문에 돌아온 답이 뜻밖이다. "허허. 제가 농사를 좀 짓느라구요."
10여년 모시던 아버지를 보낸 이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저녁을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TV에서 아버지가 즐겨보시던 프로그램이 나올 때도, 아버지가 더위를 식히던 정자를 볼 때도 가슴이 아렸다. 이씨 부자의 사연을 다룬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때엔 아버지 생각이 나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었다.

"아버지가 나이 쉰에 본 늦둥이가 접니다. 중학교 때 집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올만큼 가난한 동네였지요. 충남 서산 빈농에서 7남매 막내인 저까지 대학을 보내셨습니다. 그 고생을 어떻게 상상이나 하겠어요."

금강산 지게효자 이군익

금강산 지게효자 이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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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빈자리가 시렸던 이씨는 그래서 상을 치른 뒤 선산(先山)의 밭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인천 집으로 올라오신 뒤 남에게 소작을 주던 땅에 고구마며 호박을 심어 가꾼다. 주말마다 아버지 산소를 올려다보면서 물을 주고 약도 친다.

"아버지, 고라니가 또 내려와서 고구마를 다 파먹었어요. 이놈들을 어떻게 혼내줄까요?" "아버지, 이불이 짧아져 춥지는 않으세요, 지난 장마에 비가 많이 내려 떼를 다시 입혀야 겠어요." "아버지, 작은 놈이 할아버지를 많이 보고싶어 합니다."

금강산 지게효자 이군익

금강산 지게효자 이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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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금융맨으로 산지 벌써 2년째. "현대판 3년상(喪)이네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묻는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이씨의 대답은 한결 같다. "이게 뭐 특별한 일입니까."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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