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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윤만이 목적이 되는 순간

최종수정 2020.02.12 11:52 기사입력 2014.04.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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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께선 천리 길을 멀다 않고 오셨는데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는 어떤 방책이 있습니까?"

"왕께선 어찌 이익을 얘기하십니까. 왕이 나라의 이익을 앞세우면 대부는 집안의 이익을 쫓을 것이고, 선비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쫓을 것입니다. 나라의 상하가 모두 이익을 쫓는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첫머리에 나오는 맹자와 양혜왕의 대화다. 맹자는 이익을 얘기하는 양혜왕에게 대신 '인의(仁義)'를 앞세울 것을 권한다. 어진 자는 어버이를 버리지 않고, 의로운 이는 임금을 뒤로 하지 않으니 왕이 '인의'를 얘기하면 나라가 바로 선다는 논리였다.

2300년 전의 이 이야기가 최근 뼈아프게 다가왔다. 기름값 아끼려고 평형수 대신 공기를 주입한 것도, 화물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실은 것도, 객실을 무리하게 늘린 것도 모두 이익을 최우선시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해경조차 크레인 가격 협상을 하다 몇 시간을 허비했단다.

어느 것 하나 돈 대신 '안전'을 위해 이뤄졌다면 하는 아쉬움과 분노를 삭이기 힘들지만 이게 어쩌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계적 추세라지만 대통령이 나서 '세일즈' 외교를 하는 것을 치적으로 자랑하고 공공기관조차 공익보다 경영 효율성을 더 강조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기업이나 개인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 기업에게 장애인 고용 같은 사회적 약자 배려는 안중에 없다. 벌금을 내는 게 싸게 먹힌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개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10억 만들기' '부자 아빠 되기'가 공공연한 목표가 돼 버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돈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개인은 현실적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면 성장은커녕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이익을 내야 재투자를 하고,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여력도 생긴다. 자본주의를 버리고 물물교환 경제로 돌아갈 수도 없다. 다만 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학생들의 안전보다 비용을 아끼는 것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된다. 1분 1초가 급한 구조 상황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돈에 앞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세월호'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아이들의 불행이 언제고 반복될 수 있다.


전필수 팍스TV차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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