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반응 열광적, 400여 객석 꽉 차...한 쪽에선 '성 상품화' 비판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레이디스 앤 레이디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70분을 선물해드리겠습니다."
국내 최초로 오로지 성인 여성들만을 위한 무대, '미스터 쇼(Mr.Show)'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달 27일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이래 이 쇼는 연일 열기가 뜨겁다. 평일에도 400여 객석이 가득 찬다. 쇼를 구경하러 온 여성 관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삼삼오오 몰려온 관객들의 달뜬 분위기가 공연장 로비에서부터 느껴질 정도다.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들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는 박칼린 감독의 연출의도답게 쇼는 노골적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수위가 세다. 총 8개의 테마로 구성된 무대 위에서 8명의 '미스터'들은 멋들어진 정장 차림에서 시작해 제임스 딘처럼 청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으로 변신한다. 다시 영화 '친구'의 주인공들처럼 교복을 입고 건들거리기도 하고, '제복'을 입고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옷을 걸치든 한 테마의 마지막은 이들의 노출로 끝난다. 샤워부스에 들어가서는 끝내 마지막 입은 팬티도 벗어던질 정도라니.
객석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미스터들이 옷을 벗을 때마다 함성과 박수 소리가 커진다. 흰 티를 찢어 객석으로 던질 때에는 서로 받겠다고 아우성이다. 사회자는 아예 '핍쇼(peep show. 훔쳐보기 쇼)'라고 이름을 붙이며 여성들의 관음증을 부채질한다. 무대 중간에는 관객들이 참여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무대 앞으로 불려나간 세 명의 관객들을 상대로 미스터들은 과감한 랩댄스를 추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여성 관객들은 어쩔 줄 몰라하거나 어색한 표정이다. 무대 위에는 테스토스테론이, 객석에는 에스트로겐이 넘쳐나 묘한 열기를 띈다.
하지만 어떤 의도였든지 간에 '쇼'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여성들의 은밀한 욕망과 판타지를 충족시키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미스터 쇼'는 '기-승-전-노출'로만 끝나 아이러니하게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강약을 조절하지 못한 연출도 아쉽지만, 단순히 근육질 남성들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여성들만을 위한 쇼"가 될 것이라는 그 단순한 생각 역시 아쉽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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