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쪼큼 더 깎아효. 쿠만원에 주세요."
때마침 나진상가 매장에 30대 후반의 손님 4명이 방문했다. 핑크색의 LG 옵티머스 뷰2 스마트폰을 구경하던 그들은 마음에 들었는지 주인에게 "5000원만 깎아 달라"고 흥정을 시도했다. 매장 주인은 "9만5000원에서 한푼도 덜 받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팽팽한 기싸움 끝에 손님들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주섬주섬 지폐 9만5000원을 건넸다. 비즈니스 여행차 한국을 찾았다는 그들은 고국에 있는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러 왔다고 귀띔했다. 매장 주인은 "2년 전 출시된 중고 스마트폰을 대당 8만원에서 20만원을 사간다"고 설명했다.
용산 매장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잘 팔리는 중고폰은 갤럭시S2, S3, 노트2나, LG 옵티머스 뷰2 등이다. 갤럭시 노트2는 20만원선에 판매된다. 포장 박스까지 있는 갤럭시 S4는 55만원에 거래된다. 애플 아이폰보다 인기가 높다. 외국에서도 유명한 갤럭시 모델을 '본토에서 오리지널로 살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매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인은 "방글라데시에는 중국이나 베트남산 가짜가 많아 삼성의 나라, 한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20여명. 온라인 사이트도 있다.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다. 김 압둘라 씨는 "4년 전 옆동에서 조립PC 판매를 했는데 그때보다 매출이 좋다"며 웃어보였다. 옆에서 신상품을 구경하던 캄보디아 출신의 한국과학기술대학교 학생 A씨는 "용산은 스마트폰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매장으로 유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고 거들었다. 외국인들은 외국인등록증만 있으면 원하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신분 확인 후 휴대폰 개통이 가능하다.
용산 매장에서는 중고폰도 매입한다. 새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고객의 중고폰을 매입해 상태가 좋은 것은 되팔고 나머지는 중국으로 수출한다. B 매장 주인은 "용산 상권이 너무 죽어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뜸하다"면서도 "한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기가 용산을 부활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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