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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너란 놈'… MB땐 '고물가' 박근혜는 '저물가'

최종수정 2014.02.03 07:27 기사입력 2014.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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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요즘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저물가다. 건강한 거품마저 사라져 성장 엔진을 꺼뜨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미난 건 변덕스러운 물가의 흐름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배추국장' '무 과장'으로 임명돼 고물가와 싸우던 당국자들이 박근혜정부 들어선 맥 빠진 물가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중이다.
◆고물가와 싸우던 MB의 추석= MB정부 시절이던 2010년 9월. 민심은 흉흉했다. 추석을 전후로 최장 9일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었지만 뛰는 물가 앞에서 국민은 지갑을 닫았다. 당시 아시아경제신문의 기자들이 전국 각지의 고향에서 직접 들은 민심은 성이 나있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경기도의 33세 남성 K씨는 "마트에 나가보니 돼지고기보다 상추가 더 비싸더라"면서 "이제는 상추에 돼지고기를 싸 먹는 게 아니라 돼지고기로 상추를 싸 먹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광주광역시의 주부 J(60)씨도 "열무 두 단을 사니 1만원이 넘던데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당시 물가 흐름을 보면 국민의 성토엔 이유가 있었다. 2010년 2분기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집계한 가계지출 규모는 145조9000억원. 그런데 여기서 19조4000억원이 먹을거리를 사는 데 쓰였다.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로 나가는 돈의 비율을 보여주는 엥겔계수도 9년 사이 최고치였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지수는 1년 새 20%나 올랐지만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비 2.6%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의 함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듬해 품목을 정해 물가를 잡으라며 일명 '무 국장' '배추 과장'을 임명했다.
◆물가에 군불 때는 박근혜의 설= 불과 4년 전 추석 풍경은 이랬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날개 없는 물가다. 물가가 낮으면 얼핏 소비 여력이 개선돼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같지만 적절한 물가상승 없이는 성장이 어렵다. 이렇게 성장 여건이 나빠지면 결국 일자리가 줄어 가계소득도 감소하게 된다. 지나친 저물가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착시 지표인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흐름은 심상치 않았다. 전년 동기 대비 1.4% 오른 상반기 물가도 한은은 물가안정목표(2.5~3.5%)를 밑돌았지만, 하반기 물가는 1.2% 상승하는 데 그쳐 우려를 키웠다. 특히 9월 이후 전년 동월비 물가는 1% 내외 수준까지 떨어져 '일본식 장기 저성장'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를 수정하거나 일시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김중수 총재는 "일본식 디플레 우려는 기우"라고 말한다. 그는 "물가안정목표 역시 월단위가 아니라 중기적 시계에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반응을 고려하면, 성장세에 힘을 주려는 정부의 목표가 뚜렷하지만 김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3월까지 금리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편 한은은 최근 펴낸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는 상승과 하락 요인이 혼재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상반기에 1.7%, 하반기에 2.8% 올라 연간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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