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기차의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중인 중국보다는 일본에서 먼저 공을 들일 태세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개막된 일본 도쿄에서 개막된 42회 도쿄모터쇼에서 이른바 '빅 3'라 불리는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일본 언론들도 닛산 리프 등 자국산 전기차들을 단번에 제치고 전기차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테슬라 '모델S'에 대한 집중적인 취재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미국차들은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해왔다. 일본에서도 고성능 독일차는 팔려도 미국차는 좀처럼 팔리지 않는 때문이다. 미국차는 덩치만 크고 고장이 잦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개성보다는 한 번 유행이 시작되면 너도나도 같은 제품을 사들이는 관습도 테슬라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이때문에 케빈 유 테슬라 아시아 태평양 소매점 개발 담당 디렉터는 도쿄 모터쇼 개막 이전 설명회에서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소비자는 매우 마음이 넓다. 신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고가에 속하는 테슬라의 모델S를 첨단 기술로 포장해 판매할 경우 다른 다라에서 보다 쉽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전기차 판매 조건도 좋다. 미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아 1회 충전후 주행 거리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모델S의 충전 후 주행거리는 약 400km다. 충전 인프라 망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부족한 점이 별로 없다.
게다가 테슬라의 심장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일본 산이라는 점이 일본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에게서 배터리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충격으로 인한 차량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그 배터리다. 양사는 지난달 2014 년부터 4 년간 20억 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2015년까지 4년간 8만 셀의 테슬라용 배터리를 공급하도록 돼있었다.
파나소닉도 파트너의 일본 시장 진입을 위해 직접 나섰다. 파나소닉은 모터쇼 행사장 인근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델S의 시승회를 개최하며 테슬라를 대신해 홍보에 나섰다. 그만큼 테슬라의 성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 언론들이 앞다퉈 자국자동차도 아닌 모델S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거리낌 없이 전달하는 것도 이런 뒷배경이 있다는 관측이다. 모델S와 테슬라의 성공이 한국에게 우위를 내준 일본산 2차전지 산업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시장이 호락하지는 않다. 일본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대단히 높다. 최고의 상품을 가장 낮은 가격에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기대를 테슬라가 충족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케 빈 유 디렉터가 "성공의 벽은 매우 높다"고 말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테슬라는 내년 봄부터 '모델S'를 일본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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