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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LPGA의 꼼수 '수퍼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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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비.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박인비.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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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퍼들이 '그랜드슬램(Grand Slam)'의 해석을 놓고 때 아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박인비(25)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여자골프 사상 초유의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게 출발점이다. 나비스코와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앞선 3개 메이저를 연거푸 제패하면서 사실 지구촌 골프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골퍼들은 그러나 용어에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의 '캘린더 그랜드슬램(Calendar Grand Slam)'이라는 생뚱맞은 표현 때문이다.
그랜드슬램의 어원은 카드놀이인 브리지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 13장 전부를 따는 '압승'이다. 지금은 테니스와 골프, 야구 등에서 애용하고 있다. 테니스에서는 윔블던과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등에서, 골프 역시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 등 4대 메이저를 한 시즌에 모두 석권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다. 야구는 상대적으로 쉽다. 만루홈런이다.

테니스에서는 돈 벗지(미국)가 1938년 처음 달성한 이래 로드 레이버(호주)가 1962년과 1969년 두 차례나 기록했다. 여자테니스의 경우 모린 코널리(미국ㆍ1953년)와 마가렛 코트(호주ㆍ1970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ㆍ1983~1984년), 슈테피 그라프(독일ㆍ1988년) 등이 '그랜드슬래머'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여자테니스는 그러나 1970년 이후 나브라틸로바부터 의미가 퇴색했다. 호주오픈의 개최 시기가 조금씩 변하다가 1977년 1월과 12월에 두 번이나 열리면서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의 기준점이 모호해졌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그러자 2년에 걸쳐도 메이저 4연승을 달성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한해냐 아니냐에 따라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골프에서의 그랜드슬램은 이미 '1년'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랜드슬램을 설명하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워낙 어렵다보니 연도와 상관없이 4대 메이저에서 각각 1회 이상 우승을 수확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Career Grand Slam)이라며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가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인 2개의 프로대회(US오픈, 디오픈)와 2개의 아마추어대회(US아마추어, 브리티시아마추어)를 '싹쓸이'한 게 유일하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 US오픈 우승을 기점으로 디오픈과 PGA챔피언십, 이듬해인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4연승이라는 신기원을 열었지만 '1년'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이른바 '타이거슬램(Tiger Slam)'이다.

여자골프의 그랜드슬램은 특히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웨스턴오픈(1930~67년)과 , 타이틀홀더스(1937~42, 1946~66, 1972년), 듀모리에클래식(1979~2000년) 등 메이저대회 자체가 수없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나비스코챔피언십과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등으로 가까스로 정리됐다가 올해 다시 에비앙챔피언십이 다섯 번째 메이저로 가세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흥행을 위해 '꼼수'를 부린 게 배경이다. 스폰서의 메이저 승격 요구를 받아들여 결과적으로 5대 메이저라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탄생한 셈이다. LPGA투어는 여기에 "4개 메이저 우승은 그랜드슬램, 5개 우승은 수퍼 그랜드슬램"이라는 억지까지 더했다. "박인비가 에비앙에서 우승해도 그랜드슬램"이라는 헛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LPGA가 내년에는 메이저 1개를 더해 6개를 우승하면 '울트라 그랜드슬램'이라고 우길 것 같은 분위기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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