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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15만t 크루즈 2척이 동시에 들어갈 확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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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제주 민군복합형항 검증특위, 크루즈선 입항 시뮬레이션 놓고 정부와 설전

김우남 민주통합당 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차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면서 입항안전성 등을 묻고 있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차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면서 입항안전성 등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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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세계 최대 크루즈선 2척이 제주도에 입항할 날이 올까. 내 생애에 그런 날이 올는지 모르겠다.”

제주도의 최대현안 중 하나인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과 관련, 김우남 민주통합당 검증특별위원회(이하 검증특위) 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8일 검증특위가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플랜트연구소를 찾아 3차 선박조종시뮬레이션 검증과정에서 경제성을 따져보자며 지적한 것이다.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고친 뒤 15만t 크루즈선 2척이 동시접안할 수 있는 항으로 만든다는 정부 계획에 민주당이 검증에 나선 것이다.

순수한 해군기지에 민항의 성격이 추가된 것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제주도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아야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의쟁점인 15만t급 크루즈 선정엔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안전성이 보장되더라도 제주도에 크루즈선 입항의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운항 중인 크루즈선 340여 척 중 15만 t급 이상은 7척에 머문다.

지금까지 국내에 입항한 크루즈선은 11만6000t급이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미래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형 크루즈선 접안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15만 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제주에 들어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때문에 이날 검증특위 관심은 15만t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항에 들어설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조감도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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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증특위, 크루즈선 접안 가능한가에 촛점=현장검증엔 검증특위 김 위원장과 장하나(간사), 이윤석, 임수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검증특위와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전담팀(TF)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그덕 거렸다.

검증특위가 약속한 오전 11시를 30여분 지나 연구소에 도착했으나 그 전에 “3차 선박조종시뮬레이션에서 ‘해상교통안전진단지침’의 4가지 중 긴급고장, 시정제한 등 2가지를 누락시켰다”는 보도자료가 나와서다.

검증특위 3차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현장검증을 주관한 국무총리실, TF팀, 해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행사를 보이콧해야 한다”, “보도자료가 나온 배경을 해명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동섭(한국해양대학교 교수) 팀장은 검증특위에 3차 시뮬레이션을 설명하기에 앞서 “시정제한과 긴급고장에 관한 사항은 선박운용에 관련된 사항으로 항만설계에 따른 선박운항 안전성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특위가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내용을 확인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자료가 언론에 나온 것은 심각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후 행사를 주관한 국무총리실과 의원 보좌관들 사이에서도 보도자료가 나온 배경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의원들은 연구소에 저장된 3차 시뮬레이션 16개 내용 중 최악의 조건으로 한 두 동영상을 지켜봤다.
민주통합당 검증특위와 TF팀, 국무총리실, 해군 등이 질의응답시간을 갖고 있다.

민주통합당 검증특위와 TF팀, 국무총리실, 해군 등이 질의응답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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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조건은 북동이나 북서풍이 풍속 27노트로 불 때 입항항로 변침각 30도 안에서 전장 345m, 너비 약 40m의 15만t급 세계에서 가장 큰 호화유람선 ‘퀸 메리 2호’가 안전하게 입항해 출항(출선자세) 쪽으로 남방파제에 접안할 수 있는냐는 설정이다. 이 조건은 제주도가 TF팀에 요구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에서도 “제주도에서 논란이 있으면 어렵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비정상적 조건이지만 조건에 합의하고 시연했다. 결과는 우규민 제주도지사가 받아들이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 TF팀, 최악조건에도 접안 가능=의원들은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면서 변침각 30도 안에서 움직이는지, 서쪽에 길이 240m의 돌제부두(해안선에 직각이나 경사지게 돌출해 만든 부두)와 충돌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검토했다.

점심식사 후 검증특위는 TF팀, 국무총리실, 해군 등 시뮬레이션 관계자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첫 질문은 보좌진들이 던졌다. 동방파제의 근접도 평가를 안 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우남 위원장의 김병찬 보좌관은 “배가 항구에 들어가며 동방파제 쪽으로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항로 폭이 좁아지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며 “배 끝이 방파제 쪽으로 돌아 들어갈 때 비상상황이면 사고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TF팀은 “배가 항구 안에서 출항모습으로 접안하기 위해 선장들은 배를 틀어 들어간다”며 “동방파제와 거리는 충분하다”고 답했다.

파도높이도 문제가 됐다. 임수경 의원은 “27노트에 파고 3m에서 예선의 조력이 불가능하다”며 “강정항만 외항 1.3m를 시뮬레이션기준으로 정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3m의 파도에선 예선이 움직일 수 없어 배의 입항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동섭(한국해양대학교 교수) TF팀장이 의원들에게 크루즈선의 입항각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동섭(한국해양대학교 교수) TF팀장이 의원들에게 크루즈선의 입항각도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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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의원은 “입항 할 때 파도치다가 항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밖에서 벌써 잔잔해진다. 시뮬레이션을 보면서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애초에 시나리오를 접안이 되는 것으로 정하고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윤석 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 선장(공학박사)은 “잘못 된 게 있으면 학자로서 혼이 나야한다. 하지만 본질문제가 아니라면 국민들에게 혼란은 주지 말았으면 한다. 시뮬레이션 참가 도선사들이 실제 운항할 분들이다. 이들이 괜찮다고 하면 문제없다. 장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논쟁, 민군복합형 항은 어디서 먼저 제안했나=질의응답시간에선 또 다른 쟁점이 논쟁거리로 나왔다. 15만t 2척이 입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항구를 어디서 먼저 제안했느냐는 것이다.

김우남 위원장은 “해군기지를 15만t 크루즈 2척 동시입항할 수 있는 민항으로 하겠다고 정부에서 제안한 게 반대여론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임석규 국무총리실 제주도 정책관이 “제주도정이 그렇게 요구했다. 정부에선 기술적으로 불가하다고 반대했다”며 “(제주도가) 계속 요구해 국가조정위서 제주도 요청안을 받아들여 협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장은 “제주도가 제안한 게 아니고 정부가 해주겠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제주도에 왔을 때 제주도지사가 정부가 해주겠다했지 제주도서 요구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확인해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검증특위 활동목적은 국민들이 의아해하는 민군복합인가 아닌가를 검증하는 것”이라며 “제주도에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가. 정부가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특위검증을 마무리했다. 검증특위가 서울로 떠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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