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동장군이 엄습하면 골퍼들은 따뜻한 열대나라를 동경한다.
비행기로 약 3시간, 필리핀은 동선도 짧아 골퍼들이 특히 선호하는 여행지다. 필리핀의 메트로, 마닐라의 만달루용시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왁왁(Wack Wack) 골프장이 바로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다. 이스트(18홀ㆍ7053야드)와 웨스트(18홀ㆍ6540야드) 등 총 36홀 규모다. 명문 회원제로 이름난 이스트코스는 미국프로골퍼였던 짐 블랙(Jim Black)의 설계로 1930년 완성됐다.
마닐라에 주재하는 후배가 "이 코스 18개 홀에서는 파를 5개만 잡아도 고수로 인정받는다"며 스타트 전 클럽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부터 분발을 촉구한다. 도그렉홀에 연못과 도랑, 깊은 벙커가 철저하게 그린을 엄호하고 있다. 18홀 가운데 한 번도 그린에 '파 온'을 시키지 못했다. 속칭 '3학년 1반', 즉 3온 1퍼터로 겨우 파를 2개 잡았을 뿐이다.
2개의 파3홀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8번홀은 168야드에 불과하지만 상향홀에다가 그린 좌우로 총 6개의 벙커가 줄지어 골퍼의 미스 샷을 기다리고 있다. 그린에 정확하게 온을 못 시키면 언덕에서 굴러 깊은 벙커로 들어가는데 탈출하기가 만만치 않다. 필자 역시 벙커 샷이 다시 벙커로 들어가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무려 10타 만에 홀아웃했다.
18홀을 돌고나니 선수들에게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번홀(파5ㆍ515야드)에서 스페인의 골프전설인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이틀 연속 이글을 잡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얻은 교훈이라면 페어웨이우드를 더욱 연마해 긴 파4홀에 대비해야겠다는 점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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