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분석, 해방 후 꾸준히 이름 달리하며 새로 등록…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전통주 등 시장경쟁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기뻐서 한잔, 슬퍼서 한잔, 좋아서 한잔, 기분 나빠서 한잔…. 바로 술 얘기다. 우리들과 늘 함께 해온 술은 다양한 종류와 맛을 선보이며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특허청(청장 김호원)에 따르면 1945년 8월15일(해방)~1950년 6월25일(6.25전쟁) 사이 국민들에 알려진 술 이름은 문명주조, 조화주조, 한흥양조장, 대선발효공업사 등의 술 회사에서 상표 출원한 ‘송죽, 신선, 조화, 백합, 신세계’ 등이다.
1953년 7월27일 휴전 뒤 1960년대까지는 조화주조, 대한양조, 목포양조, 충남양조회사, 대구음료, 하이트진로 등에서 상표 출원한 ‘백화, 영화, 삼선소주, 보화, 도화, 옥관, 전관, 계룡학’ 등의 이름이 국민들과 함께 했다.
수출이 늘고 국민소득이 높아진 1980년대까지는 화이트진로, 백화양조, 해태주조, 롯데주조, (주)두산, 씨제이, 삼양식품 등에서 출원한 상표들이 눈길을 끌었다. 진로, 두꺼비, 크라운, 백화양조, 위스키 베리나인, 브라보, 돈후앙, 스나이커, 마주앙, 화이트스노우 등 소주, 맥주, 양주, 과실주 상표이름들이 그것이다.
88서울올림픽으로 우리나라 위상을 지구촌에 알린 1990년대는 국순당, 금복홀딩스, 두산, 백화양조, 진로위스키 등의 주류회사가 내놓은 상표들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나폴레옹, 진생토닉, 금복주, OB베어, 베리나인시갈, 청하, 로얄임페리얼, 슈퍼드라이맥주, 매취, 조우커 등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의 상표이름들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95년에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외환위기로 곤두박질쳤다가 되살아난 2000년대엔 두산, 화이트진로, 두산백화, 금복홀딩스, 보해양조 등이 여러 상표들을 출원·등록했다.
진로 참이슬, 순한소주, 참그린, 보해라이트, 경월그린, 그린소주, 선양 순 등 지금까지도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순한 소주 맛의 이름들이 이 무렵부터 태어났다.
대장금, K-POP 등 지구촌 사람들에게 한류문화가 널리 알려진 2010년대엔 하이트진로, 국순당, (주)두산, 배상면주가, 보해양조, 국순당 등 주요 술 회사가 새 느낌의 상표들을 개발했다.
우국생, 우리 쌀 매실막걸리, 산사원, 구름에 달 가듯이, 가을국화, 은은향주, 세월향, 세월헌, 자자연연 복분자 등 막걸리, 복분자 술을 포함한 전통주 상표출원이 줄을 이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갖가지 제품들이 술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해방 후 나온 술 이름 중 세월에 관계없이 우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수두룩하다.
대중 술 가운데 ▲‘진로소주’가 ‘참이슬’로 ▲‘크라운맥주’가 ‘하이트맥주’ ▲‘오비맥주’가 ‘카스맥주’로 바뀌어 지금껏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기호식품에 대한 ‘주당’들의 입맛영향도 있지만 기업들의 상표출원·등록을 통한 브랜드의 적극적 관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술 회사 중엔 상표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은 하이트진로(494건)며 두산(471건), 두산백화(206건)가 뒤를 잇고 있다.
박은희 특허청 상표2심사과장은 “국민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술 이름은 상표출원·등록을 통한 꼼꼼한 사후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중소규모 술 회사들은 적극적인 상표출원으로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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