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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그 산악같던 '여성' 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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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그간 우리 역사는 여성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해왔다. 문화와 예술, 정치, 사회 등 분야를 막론하고 '위인'은 모두 남성들이다. 당연히 역사적 사건의 주연 자리도 전부 남성의 차지였다. 세상의 반이 여자라는데, 어째서 우리의 시각은 이토록 편향되어 있는 것일까?

'나는 조선의 총구다'는 기억에서 거의 잊혀진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발굴하는 책이다. 저자가 '여자 안중근'으로 명명한 그녀의 이름은 남자현. 기자 생활을 해 온 저자는 경북 영양군으로 취재 여행을 떠났다가 남자현이 그 지역 사람임을 알게 된다. 1961년 이봉창, 신채호 등과 함께 독립유공자 건국공로훈장 복장(複章)을 받은 그녀다. 여성 중에서는 남자현이 유일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관순보다 더 공을 인정받은 남자현이 왜 헐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의문을 품은 저자는 남자현의 삶을 추적해 평전을 완성했다.
남자현은 1873년 경북 영양군에서 태어난다. 부친이 정3품 당상관인 통정대부를 지낸 '양반 집안'이다. 1891년 결혼을 했지만 남편 김영주는 몇 년 후 의병전투에서 숨을 거둔다. 그 때 남자현의 나이는 24살이었다. 그녀는 홀로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아이가 장성할 무렵인 1919년, 46세의 나이로 독립 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했다.

읽노라면 왜 저자가 남자현을 '제2의 유관순'이 아닌 '여자 안중근'으로 불렀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놀랍도록 저돌적이다. 중년의 나이에 만세 운동을 벌이다 만주로 주 활동지를 옮긴 뒤 3번이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며 독립진영의 단결을 촉구한다. 이 때문에 그녀는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세 손가락 여장군'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됐다. 지금으로도 46세는 무엇을 시작하기에 이른 나이는 아니다. 하물며 평균수명조차 짧았던 당시에 남자현이 얼마나 '거대한' 인물이며 여성이었을지 쉽게 짐작이 된다.

한편으론 활동의 궤적이 안중근과 닮았다. 1933년 그녀는 환갑을 맞이했다. 그녀의 '환갑잔치'는 만주에서 일제 최고 인물이었던 부토 노부유시 만주전권대사를 저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무기를 전달받기 위해 하얼빈 도외정양가를 지나던 그녀를 정보를 입수한 일제 경찰이 체포한다. 그녀는 하얼빈 감옥에 수감됐다. 11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다 임종 직전에 풀려나 조선인이 운영하는 여관에서 숨을 거두었다. 유언의 일부는 자신이 남긴 재산 249원80전 중에서 200원을 조선이 독립하는 날 정부에게게 축하금으로 바치라는 것이었다.
굴곡이 큰 삶을 살아간 산악같은 사람의 뒤를 쫓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나는 조선의 총구다'는 남자현과의 가상 인터뷰 형식을 도입하고 마치 남자현의 당시를 직접 목격한 듯한 서술로 흡입력을 높인다. '호국의 달' 6월에 걸맞는 책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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