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캐디들이 이제는 제법 언니 흉내를 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못하는 것 보다 잘 하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제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습니다.
저야 뭐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린에서도 제가 놓은 공은 홀을 싹싹 피해 가는 반면 신입 캐디가 놓은 공은 홀에 쏙쏙 들어가 9개 홀에 버디를 2개나 잡습니다. 태연한 척 했지만 고객께서 "우리 교육생 언니 최고~"라고 외칠 때 마다 제 키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조금 있으면 페어웨이에 얼굴에 닿을 것만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언니 속도 모르는 우리 교육생 캐디는 고객의 칭찬에 힘이 솟아 아예 '마징가 제트'가 된듯 합니다. 사실 신입 캐디가 실수를 할까봐 눈치를 본 적은 많아도 경력이 일천한 교육생과 비교된다는 건 경력 캐디의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라운드 도중 갑자기 저만 혼자인 것 같습니다.
그 캐디의 말이 가슴 깊이 남아 지금의 제 모습을 반성하게 만듭니다. "(나는 고객의 버디에 이렇게 함께 기뻐했을까? 경력이 쌓였다고 무성의하거나 고객을 기만하지는 않았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교육생의 언행이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날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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