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상정도 힘들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일본해' 단독표기가 60년 만에 바뀔까.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수로기구의 책자는 1929년 처음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두번 개정된 바 있다. 이 책자는 특히 전 세계 각국의 지도제작에 일종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동해와 관련해선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가장 최신판인 1953년 3판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개정판이 나온 지 오래된 만큼 새 개정판을 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동해표기를 둘러싸고 한·일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개정판의 내용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초판과 2·3판 제작시 식민지배, 전쟁 등 특수상황이라 동해표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적어도 동해를 같이 표기해야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각국의 출판사나 언론사 중 동해를 병기하는 곳은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기구나 민간차원에서 적극 문제를 제기해 2005년 18.5%(일본정부 조사), 2009년에는 30% 가까이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논란이 많은 분쟁구역의 경우, 해당 사안을 회원국이 전부 모인 상황에서 표결에 부치거나 각 당사국들의 주장을 병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표결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동해·일본해 병기'안을 표결에 올리는 일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한국은 '일본해 단독표기'안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관례인 병기안을 그대로 채택할 가능성도 낮다. 이 역시 일본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에도 개정판을 내는 데 합의에 다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 앞서 실무그룹에 관여했던 한 정부 관리는 "양국간 다툼에 다른 회원국들은 관여하길 꺼린다"며 "가급적 한일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길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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