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전 관리관은 5000만원을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다고 설명했으나 은행 간 거래에 주로 쓰이는 관봉이라면 류 전 관리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봉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정부 도장을 찍어 봉인한 돈뭉치를 말한다. 화폐를 100장씩 띠지로 묶은 뒤 10다발을 모아 비닐로 압축포장한 것이다. 관봉엔 조폐공사의 장부처리용 발행번호가 붙어 있고 각 지폐는 일련번호 순서대로 나열된다.이에 따라 이 번호를 추적하면 돈의 유통경로를 알 수 있고 장씨가 받은 돈의 출처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사측은 "100장 한 묶음을 소절이라 하고 소절로 포장한 것을 소포장, 소절 10뭉치를 대포장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장 전 주무관이 받은 5000만원 돈뭉치는 공식용어로는 5만원권 대포장이 되는 셈이다.
시중에서 '관봉'이라고 부르는 대포장 돈뭉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에게는 대포장 한 묶음 자체가 큰 돈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포장으로 교환해주는 경우는 드물고, 대기업 등이 필요하다면 거래 은행을 통해 돈을 교환할 수는 있다는 게 공사측 전언이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대포장은 일반인 중에는 화폐수집가들 사이에서 주로 매매된다"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은 신권이기에 원래 금액보다 가격도 높게 거래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철 기자 papanyz@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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