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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도입 후 주택사업 계륵될까?..건설업계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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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IFRS(국제회계기준)가 도입되면 대형 주택사업은 씨가 마를 수도 있다. 3년 후 평가를 받게 되는 구조로 바뀌면 사업을 추진한 일부 경영진의 경우 임기내에 아무런 실적이 잡히지 않게 된다.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경영진으로선 부담될 수 밖에 없다."

내년 IFRS 도입을 앞두고 건설업체들의 속이 타들어 간다.
IFRS가 도입되면 주택분양사업은 인도기준으로 수익이 인식돼 매출이 이연되고 중도금은 부채로 인식돼 재무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회계기준으로는 자체분양공사의 매출액은 진행기준으로 잡히고 있다. 부동산 불황의 장기화로 힘든 주택사업이 내년 IFRS이란 장애물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렇다고 건설업체 사업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한 때 '짓기만 하면 이익이 난다'며 핵심사업으로 분류됐던 주택부문이 먹자니 먹을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계륵, 鷄肋)로 전락할 지경에 처한 것이다.

각 건설업체 내부에서 최근 자체 주택분양 사업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라는 민감한 변수에 좌지우지 되는 주택사업을 부채까지 잡혀가며 끌고 가느니 토목사업이나 원자력발전건설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에 치중하는 것이 경쟁력 제고에 더 낫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이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가 도입되면 주택분양사업에선 완공 후 입주가 돼야 매출과 수익을 잡을 수 있고 계약자가 낸 중도금은 부채에 포함된다"며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는 타격을 많이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IFRS 적용 후 주택사업을 축소해야 할 주장의 근거가 됐다. 현대건설은 2008년 말 기준 23.4%였던 주택사업 비중을 올 상반기 15.30%로 8.1%포인트나 낮췄다. 삼성건설도 같은 기간 주택사업 비중을 40%에서 36%로 줄였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역시 이 기간 주택사업 비중이 2.49%포인트, 7%포인트, 6.3%포인트씩 떨어졌다.

주택사업 기간과 경영진 임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혔다. 봉희룡 한화건설 주택사업팀 전무는 "주택사업은 평균 3년 정도 소요된다"며 "이익이 많이 난 사업이나, 그렇지 못한 사업이나 모두 3년 후 회사 경영 수지에 평가되는데 그 기간내 주택사업 담당자가 바뀔 수 있고 경영진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포기하긴 쉽지 않다. 우선 주택사업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우리나라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주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걸린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IFRS 도입으로 자체 주택분양 사업에는 상당한 제동이 걸리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해지 못했다는 응답이 65.4%에 달했다는 점도 이같은 고민을 여실해 드러낸다.

건설업계가 IFRS의 자체사업 매출인식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봉 전무는 "IFRS를 도입한 나라 중 우리나라 처럼 선분양 하는 곳이 거의 없다"며 "미국이 선분양을 일부 하고 있지만 입주전 계약 해지가 가능한 제도로 사실상 청약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계약 후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중도금 등이 부채로 잡히게 된다"며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회계기준으로 경영 평가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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