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결론은 매우 흥미롭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공정사회' 화두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토대 위에 성장한 세계경제가 변화의 조류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가 외치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보수정권이 들어선 현재, 우리사회의 화두가 '공정사회'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도 우리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빈곤층일수록 경제적 계층 상승의 확률이 더 적다는 것을 꼬집은 기사다. 취약계층 자녀들이 고소득 전문직을 목표로 삼을 확률이 그만큼 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달 12일 한국가스공사 국정감사에서 가스 배관망 공사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불법ㆍ탈법 하도급 이면계약 행태에 대해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대기업인 원청업체가 중소기업인 하도급 업체에 하도급을 줄 때는 수주 받은 금액에 적어도 82% 내외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무리한 이면계약은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져온다. 일부 중소기업은 기업유지를 위해 적자를 보면서 하도급 계약을 맺기도 한다. 또한 불법 하도급계약은 공사의 질을 떨어뜨려 부실공사를 유발한다. 불법 하도급은 이미 40년이 넘은 관행이다. 필자는 민주화운동으로 대학에서 제적당한 후 전기기술자 자격증 6개를 소지하고 현장에서 5년간 노동자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현장소장까지 하면서 이미 불법 하도급 실태를 몸으로 체험한 바 있다. 당시의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 9월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정부의 대ㆍ중소기업 상생 정책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뽑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한참이던 지난 10월21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가스배관 공사를 맡은 대기업 원청업체 16개사 대표들을 만나 '공정한 하도급 계약문화 정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표들은 적정한 하도급 계약 실천과 관행화된 편법ㆍ불공정 하도급 비리 종식을 약속했다. 공정한 사회, 대ㆍ중소기업 상생이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천을 통해 정부와 기업 스스로 변화와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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