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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과학대통령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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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입국 기술자립’(科學立國 技術自立)이란 여덟 글자는, ‘내 일생 祖國과 民族을 위하여’라는 글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적 의지를 가장 잘 드러낸 휘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퇴임 후에는 그 치적에 관해서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특히 과학기술 부문은 박 대통령이 최고지도자로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리더십을 발휘했다는데 과학계의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출연 연구소로 1966년 설립된 한국과학의 산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요. 과학자들 중에는 그 시절을 일컬어서 ‘과학자 황금시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당시 연구원들의 봉급이 대통령보다 많았음은 물론 국립대학교수들 봉급의 3배나 받았다는 사실에서 박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형 과학단지로 근 40년에 걸쳐 정착된 방대한 대덕연구단지도 그 연속선상에 있는 모델입니다.

그래서 9월8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대통령의 리더십과 과학기술’이란 주제의 포럼을 주최하고,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이란 책의 출간기념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바로 박 대통령 시대에 중점 추진했던 과학 밑그림의 성격과 역대 대통령의 과학마인드를 비교해보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과학계의 원로들과 역대 과기처 장관들이 대부분 참석한 자리에, 아버지의 뜻에 의해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던 박근혜 의원이 함께한 것은 ‘박정희의 분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무려 550쪽에 이르는 이 묵직한 책 표지의 오래 된 사진. 방미중인 박 대통령 곁에 선 존슨 미 대통령의 포즈가 눈길을 끕니다. 박 대통령은 백악관 문장이 새겨진 단상 앞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정면을 응시하며 성명서를 읽는데 반해 장신의 존슨 대통령은 양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마치 배석자처럼 지켜보고 있습니다.

각자의 기억들에서 고난과 영광의 초기과학사가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 둘 필요성을 공감했기에, 무려 16명의 과학자들이 고료도 받지 않고 흔쾌히 분야별로 원고를 써 준 책. 그 판매 수익금은 그간 4000여명 넘게 배출된 KIST출신 과학자들이 추진하려는 ‘박정희과학기술기념관’을 건립하는데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KIST설립 초기 3년 동안 종종 예고 없이 연구원을 들렀다고 하죠. 대부분 해외에서 체류 중 귀국했던 연구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적어도 한 달에 한 두번씩 방문해 대화를 나누었던 대통령의 과학사랑에 대한 보답차원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 과학계가 처한 현실과 과학인들이 느끼는 서운함은 큰 듯 보입니다. 이공계 전공을 기피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풍조와 전반적인 이공계의 위기감, 게다가 이명박정부 초기의 졸속한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까지 거론됐던 한편은 걱정스런 표정의 포럼이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되며 과학기술처를 흡수해버린 지금 정부에 비해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장관조차 함부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형섭 장관은 무려 7년간 재임이라는 최장수 장관 기록을 가졌던 것입니다.

KIST 초대 소장을 맡았던 최형섭 박사의 눈물겨운 설득을 듣고 귀국했던 과학자들의 증언- “한국에 와서 돈 벌 생각은 아예 하지마라. 그러나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가난한 조국에 대한 애국심 하나만을 믿고 했던 가장 설득력 있는 유혹이었습니다.

꾐(?)에 빠져 비행기를 탔던 초기 과학자들 20명 가운데 5명이 3~4년 만에 30대의 젊은 나이에 각종 암으로 사망했을 정도로 1970년대 고도성장기의 대한민국은 과학자들에겐 고달프고 척박한 환경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은 어언 80대 전후로 과학계의 원로가 되었지요.

과학기술에서부터 ‘하면 된다’는 집착이 어느 정도였던가 하면 1973년 2월 과학기술처에 보낸 박 대통령의 친필휘호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전 국민의 과학화’란 일곱 글자였답니다. 37년 전에 일반 국민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과학시대를 예견하여 전 국민의 과학화를 생각했던 유일한 한국형 지도자.

만약 박 대통령 재임시대에 과학기술 인프라를 구축해 두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자원과 인력 대국인 중국경제에 필연적으로 편입되는 신세를 걱정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올해 들어서만 중국산 마늘 값이 무려 7배나 폭등했다고 합니다. 장차 폭등하는 중국산 수입품들이 어디 마늘뿐이겠습니까.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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