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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효력정지'···은행권 "법원 판단 의외"

최종수정 2008.12.31 12:18 기사입력 2008.12.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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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에 대해 계약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이와 함께 키코계약을 체결했던 기업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놔 무더기 계약 해지 및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는 해지권 행사 이전 만기가 도래한 구간에 대해 키코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해지권 행사일인 지난 11월3일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은행이 기업을 속여 착오를 일으키게 했거나 키코 계약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은행이 계약 체결을 권유하며 적합성 점검의무, 설명의무 등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체결 이후 옵션 가치 산정의 기초가 됐던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이 급격히 커져 계약체결 당시의 내재 변동성을 기초로 한 계약 조건이 더는 합리성을 갖기 어려워졌다"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키코계약을 체결했던 기업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다.

재판부는 "이미 거래손실이 발생한 부분에 관해서도 은행의 적합성 점검의무,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실제로 배상 받을 수 있는 액수는 신청인 기업들의 과실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100여 곳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상태이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한 487개 수출기업의 총손실액은 11월말 달러당 원화 환율(1478원)을 기준으로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이 파생금융상품 키코 계약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자 은행권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미 공정위가 지난 8월25일 은행권의 키코 판매와 관련 약관심사위원회를 열고 "약관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은 당황스럽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은 의외다"며 "펀드처럼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형태가 될 것 같은데, 계약서를 받고 어떻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은행마다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 판매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신한은행 측도 이번 판결을 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본안 소송을 위한 효력정지 판결"이라며 "만약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법원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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