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톱스타 없이 흥행' 일궈낸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누구?

최종수정 2008.12.22 15:35 기사입력 2008.12.22 15:34

댓글쓰기


[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기자]"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250만명에 육박하는 스코어를 기록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인도'는 스타가 없이도 스타를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국 스타시스템의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요계에서 한국 최고의 프로듀서로 맹활약했던 예당엔터테인먼트(이하 예당) 최준영 부사장이 영화 '미인도'를 흥행시킨후 던진 말이다.

가수 이정현 왁스 김건모 쿨 등을 프로듀서해 '가요계 미다스'로 성가를 높였던 그는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선결과제는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속스캔들'을 제작한 안병기감독 역시 "'코미디영화'를 천시하는 것도 한국 영화가 걷어내야할 거품중에 하나"라며 "영화시상식에 코믹영화 부문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질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흥행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부문이 바로 코믹영화 부문"이라고 말했다.

안감독은 "아직은 '성공'이란 단어에 쑥스러움을 느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족감은 있다. '과속스캔들'과 '미인도'의 흥행은 한국 영화에 많은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작된 영화중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영화는 단 8편. 그정에서 스타없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최근 화제를 낳고 있는 '과속스캔들'과 '미인도' 등 단 2편이다.

톱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한 이들 두 영화제작자 마케팅 포인트와 성공신화를 체크해본다.

최준영 예당 부사장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도전
그들은 '도전하는 승부사'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코 물러섬이 없다. 하지만 뒤로 빠져야 할때는 정확히 빠질줄도 안다. 이번 '미인도'도 '과속스캔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직접 나선 것은 '홍보'와 '마케팅'이었다. 물론 홍보와 마케팅을 관장하는 대행사가 있었지만 자신들이 직접 나섰다. 톱스타가 없어서, 또는 영화에 흡인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판단한 그들은 이 부문에 사활을 걸었다. 최부사장은 예당 홍보팀을 독려하며 단계적인 마케팅기법을 펼쳐나갔다.

예당은 '미인도'를 '노출'에서 '고품격 영화'로 또 다시 '중년여성을 위한 영화'로의 3단계 전략을 세워, 한치의 오차도 없이 풀어나갔다.

이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쿨 코요태 이정현 왁스 등 한국 최고의 가수들을 발굴, 기획해 수익을 올렸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최부사장은 이정현의 '와'와 '바꿔'등을 프로듀서해 사회전반적으로 '바꿔'열풍을 이끌어냈고, 20∼40대들이 좋아할 만한 왁스를 발굴, '화장을 고치고'를 한국 최고의 노래로 만들어냈다. 이밖에 2000년대 중반엔 전성기를 넘어선 김건모와 손을 잡고 '미안해요'로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쿨과 코요태도 그가 절대적인 힘이 됐다. 이때 그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고, 콘텐츠 사업가로 마케팅과 사업가를 겸하는 '전천후 비지니스맨'이었다.

"처음 제가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웃었지요. 3대 배급사중 한 회사의 투자담당은 '이 사람 저사람 누구나 다 할수있는 것이 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로 그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말은 '독'이기보다는 '약'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더욱 더 열심히 하게됐고,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원동력이 됐다.

안병기감독도 자신이 직접 언론사 영화담당 기자들을 만나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시켰다. 코믹영화라해서 결코 허접한 영화가 아님을 알린 것, 영화감독이 직접 나서 펼치는 '과속스캔들 흥행론'은 많은 기자들을 감동시켰고, 결국 흥행의 달콤한 열매가 됐다. 또 '유료시사'로 입소문을 배가시키자는 홍보사 영화인의 제안을 적극수용 '입소문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줬다.

'과속스캔들'을 제작한 안병기 감독

고집
최준영 부사장에게는 엔터테이너로서의 '고집'이 있었다.
그가 예당의 부사장으로 부임해서 가장 먼저 한 사업이 바로 영화사업이었다. 쇼이스트와 합병해서 영화사업에 진출한 예당의 첫번째 영화는 바로 '식객'이었다. 2007년 당시 '식객'은 90%이상 제작돼 있었으나 더 이상 투자자가 없어서 영화를 접어야 할 형편이었다. 영화계에서는 한번 스톱하면 더 이상 영화를 하면 안된다는 속설이 있었다. 당연히 '식객'도 손을 대면 안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는 식객을 완성시켜 300만명이란 관객을 동원했다.
이같은 그의 고집은 '식객'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미인도'도 이곳 저곳에서 모두 거절당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그는 '시기'와 '소액 투자'만 원칙으로 내세운 후 곧바로 강행했다. 음반쪽에서도 마찬가지. 2000년대 초반 한국 최고의 가수였던 이정현과 왁스 역시, '특이한 경력'과 '아이돌이 판을 치던 시대에 등장한 성인취향 가수'라는 난점을 뚫고 음반흥행에 성공, 그가 손대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통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안병기 감독 역시 '폰' '분신사바' '가위' 등 호러영화만을 집중 성공시켰던 호러영화의 거장이다. 하지만 그가 제작한 영화는 바로 '과속스캔들'이란 코믹영화였다. 처음엔 그의 계획에 모두가 반기를 들었다. 잘하는 것을 하라는 것과 굳이 코믹영화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해냈고, 오늘날 영화계에서도 성공한 제작자로 거듭나게 됐다.

"전 남들이 못한다고 하면 은근히 '객기'가 발동하죠. 좋은 뜻에서는 '고집'이지만 나쁜 뜻으로는 '무모함'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전 불가능을 가능케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이번 영화 역시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팬들께 너무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야망
그들은 앞으로 영화계에 '최준영 브랜드' '안병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최준영 부사장은 "투자자들이 예당이 하면, 혹은 최준영이 하면 투자해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마치 강우석감독이 하면, 믿고 투자하듯 말이죠. 최준영이란 이름이 '합리적인 대안을 갖는 영화제작자'로 남을 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어려움도 많겠죠. 힘도 들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거라면 시작도 안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영화계 여건상 소요비용이 10억원에서 15억원규모면 합리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물론 영화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인구규모나 요즘 경제여건으로 볼 때 중급 규모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 작지만 알찬 수익을 올린다면 영화인들에게도 좋고, 팬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것. 더 많은 비용은 '겉치례'일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영화계에 낀 거품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영화 호황기때 영화제작에 꼭 필요한 돈이외에 여기저기로 빠져나가는 쓸데없는 돈들도 많았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자금집행이 한국 영화 부흥의 첩경이라는 것이다.

"거품들을 모두 걷어내고 작지만 알찬영화를 많이 만들면 팬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을 것이고, 이는 다시 투자활성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럼 다시 한국영화는 살아날 거예요."

신예 영화제작자지만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느끼고 배우며 터득한 주장이니 만큼 공감하는 영화인들도 많다.

안병기 감독 역시 앞으로 더욱 좋은 영화를 만들어 '호러영화'뿐만이 아닌 모든 분야의 영화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제작자로, 또 영화감독으로 남고 싶다는 야망을 붙태우고 있다.

"자만하지 않습니다. 항상 초심에서 일하려고 노력하죠. 그동안 만들었던 많은 호러영화는 끝까지 초심을 잃지않은데 얻은 노력의 성과물이었죠.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그런 짜릿함을 맞봤습니다. 기대해주세요."

한국 최고의 '미다스'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최준영과 영화감독에서 제작자로 나서 당당히 성공한 안병기감독. 그들이 있기에 한국 영화의 미래도 밝기만 하다.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