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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두 통의 옥중서신

최종수정 2020.02.12 13:05 기사입력 2008.12.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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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앞두고 두 분의 <이코노믹 리뷰> 독자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통은 대전에서, 또 한통은 진주에서 온 편지입니다. 누굴까 궁금해 하며 개봉을 했더니 공교롭게도 대전교도소와 진주교도소에서 온 편지였습니다.



대전에서 온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가감삭제(加減削除) 없이 옮겨보겠습니다.



“나이를 한살씩 더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가 조금씩 달라짐을 느낍니다. 이제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운 새해는 아닙니다. 지난 2008년을 돌아보며 내가 달려갈 길을 잘 달려왔는지 저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어진 기회, 희망의 새해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2009년 새해에는 가슴 아픈 일, 억울한 일, 분통 터지는 일 없이 평화롭고, 상식이 통하고, 노력한 만큼 열매를 거두며,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성탄절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에는 더 건강하십시오.



추신 : 최근 저의 소식을 전합니다. 방송통신대학교 독학사반(국어국문학과)에서 학위 취득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진주에서 온 편지입니다.



“무자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근심 걱정 다 털어 버리시고 다가오는 기축년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하쿠나마타나!’ 참고로 ‘하쿠나마타나’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 하지마, 다 잘 될거야’라는 뜻입니다. 필자가 에디터칼럼에서 올해 송년회에서는 ‘하쿠나 마타나’를 외쳐보자고 쓴 적이 있습니다.



두 통의 옥중서신을 받고 만감(萬感)이 교차했습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우리들은 ‘내탓 네탓’ 하며 우물안 개구리처럼 생활하고 있는데 3평 공간에 갇힌 그들은 남을 생각하며, 자기계발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통의 옥중서신이 주는 메시지처럼 지금까지 나를 채웠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워야 할 때입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 빙하기에 살아남으려면 먼저 나를 비워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채우려는 탐욕과 욕망이 우리를 구렁텅이로 처박은 것입니다. 미국 자본주의가 무릎을 꿇은 것은 ‘비움의 의미’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내려가는 연습>이란 책을 펴낸 한양대 사범대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는 “바닥에서 배워라. 바닥이 희망이자 정상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현대사회는 심각한 ‘오름 중독증’을 앓고 있다”며 “힙겹지만 빨리 포기해야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고 슬프지만 빨리 포기하고 져줘야 이긴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8가지의 내려가는 연습을 제시했습니다.



1. 버티지 말고 내려가자

2. 버리고 내려가자

3. 함께 내려가자

4. 두려워하지 말고 내려가자

5. 천천히 내려가자

6. 반성하며 내려가자

7. 방황하며 내려가자

8. 새로운 세계로 내려가자



얼마 전 모 신문에 ‘나의 골프, 나의 신앙’이라는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PGA투어 시험을 앞두고 최경주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마지막 날 하루가 남았죠. 그때까지 48위더군요. 순위별로 대충 스코어를 세 봤죠. 다음날에 4언더파를 쳐야 하더군요. 그날 밤 아내와 함께 가까운 한인교회에 갔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4언더를 치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님 제가 타수를 생각하며 치지 말게 하시고, 제 마음을 비우고 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비움의 기도’를 한 것입니다. 이튿날 마지막 홀에서 3m 퍼팅을 남겨놓았습니다. 공이 들어가면 4언더입니다. 퍼팅을 하려는데 손이 ‘덜덜덜’ 떨렸습니다. 그래서 퍼팅 자세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의 기도, 즉 ‘비움의 기도’를 떠올렸습니다. 그러자 떨리던 손이 딱 멈췄습니다. 그리고 공은 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경주는 ‘비움’으로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오죽하면 그의 18번이 남진의 ‘빈 잔’이겠습니까. 2008년 마지막 월요일 아침, 오늘도 또 채우려고 하십니까. 아닙니다. 비우십시오, 비울 때 인생은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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