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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바이러스, 마약찌든 동심, 희망으로 물들이다

최종수정 2008.12.15 15:26 기사입력 2008.12.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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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멜 &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서울공연의 성공요인 10가지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지난 14일 오후 2시. 쌀쌀한 날씨에도 예술의 전당을 찾는 발길에는 기대감과 흥분을 담은 관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21세기 음악혁명으로 불리는 구스타보 두다멜과 함께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을 찾는 발길이었다.

1개월 전 사이몬 래틀 경과 함께 세번째로 방한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때와 달리 유명인사들의 발길은 줄어들었지만 젊음의 열기가 서초동을 가득 채웠다.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음악 운동 '엘 시스테마'로 탄생한 구스타보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베네수엘라의 음악운동이 10대에서 20대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전세계적인 연주단체로 이끈 결실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LA필하모닉 상임 지휘자를 맡는 구스타보 두다멜은 이같은 성공을 이끌어낸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이번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했던 올 클래식 공연 가운데 이번 공연을 단연 최고의 연주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이들의 성공요인 10가지를 풀어보자.
 
1) 형식파괴
공연 시작 10분을 남기고 거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170여명으로 짜여진 대규모 편성에 놀랐다. 팜플렛에 나와있는 정식 연주자는 정확히 199명. 여기에 지휘자 두다멜을 합하면 200명 편성이다. 많아야 5명에 불과한 콘트라바스 주자는 모두 10명, 첼로는 20명이며 현악을 연주하는 주자만 100명에 이른다.

더 많은 청소년에게 연주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짐작되는 대목. 실제로 두다멜이 이끌었던 베네수엘라 어린이 오케스트라는 연주자 500명과 합창단 900명, 모두 1400명이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대규모 편성은 다른 공연에서 볼 수 없는 '힘'을 제공했다. 특히 말러 교향곡 1번은 작곡자의 의도대로 100명에 달하는 현악기 주자가 바탕이 돼 두툼한 중저역을 형성함으로써 목관과 금관, 타악기와 실질적인 조화를 이끌어냈다.

 
2) 지휘자와 혼연일체
두다멜의 지휘에 맞춰 혼신의 연주를 펼치고 있는 볼리바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단원이 파도치듯 호흡하는 모습은 다른 어떤 공연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모습으로 각인됐다. 단원들은 공연이 펼쳐진 두시간 내내 지휘자의 눈과 손끝을 힐끔거리며 끊임없이 교감했다.

말러 1번 4악장 피날레. 두다멜은 지휘봉을 치켜들고 현악기 주자는 활을 켜는 상태, 목관주자들도 마우스 피스를 떼지 않은 상태에서 흐른 3분간의 정적. 이 순간에는 지휘자와 단원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하나가 됐다. 거인을 느끼는 가장 긴박한 순간이었던 셈이다.
 
3) 관객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
최근 있었던 베를린 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관중은 소외됐다. 쇼스타코비치와 브람스 등 대편성곡을 소화하다보니 앵콜곡을 하기에 버거웠을 것이라 판단하지만 관객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두다멜은 달랐다. '브라보' 탄성이 이어진 커튼콜 사이 1분여 암흑. 조명이 들어오자 단원들은 모두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점퍼로 갈아입고 만보와 말란보를 앵콜곡으로 선사했다.
 
4) 훈련이 이뤄놓은 결실
공연을 펼치고 있는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시몬느팀의 단원들은 지휘자와 혼연일치가 돼 폭발적인 피날레에서는 거침없는 빠르기와 파워로 자신감 있는 연주를 선사했다.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음악의 약속'을 보면 차이코프스키부터 말러, 베에토벤까지 서툰 솜리로 연주하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전세계적인 연주자들보다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연습했음이 분명하다. 오로지 최고의 연주를 향한 집념과 함께 훈련이 이뤄놓은 결실인 셈이다.
 
5) 레파토리 선정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걸맞는 레파토리 선정도 공연을 빛냈다.

처음 연주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가운데 '심포닉 댄스'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6가지 주제로 연주되는 무곡은 드럼 연주자가 포함된 이들의 히트 상품 중 하나. 번스타인이 직접 연주했던 공연보다도 더 젊음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뒤이어 연주한 말러 1번 '거인'은 말러의 제자 브루노 발터가 '말러의 베르테르'라고 칭했던 음악. 말러가 26세에 작곡한 첫 작품인 만큼 20대의 열정과 고뇌, 그리고 패기를 표현하는데 이들보다 앞선 연주단체는 없었을 것이다.
 
6) 자신감 넘치는 연주
연주자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치르던 것도 음악의 완성도를 높인 요인이다.

격정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알레그로 비바체에서는 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연주를 선보였고, 지휘자의 손끝에 따라 시작됐던 말러 1악장의 첫 소절은 불안하리만큼 느린 템보로 시선을 끌었다. 연주자들의 자신감이 완급의 극단을 넘나드는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
 
7) 국가 홍보와 잘 짜여진 시나리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14일 예술의 전당 공연 앵콜무대에서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운동이 없었으면 마약을 하거나 매춘 소굴로 빠져들었을 지 모르는 단원들은 국가가 이들에게 선물한 음악을 보답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옷을 매번 공연마다 반드시 입고 앵콜에 임하는 자세. 해외 연주단체에 발탁되더라도 일정 기간을 국내로 돌아와 청소년 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노력. 200명의 단원은 이미 베네수엘라 최고의 외교사절이었다.
 
8) 관객을 리드하는 리더십
메인곡 연주에서는 엄격하면서도 통제된 정통 클래식 선율을 선사하면서도 이어진 앵콜 곡에서는 자유로움을 발산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는 힘. 이 모든 상황의 연출자 두다멜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유로운 상황까지도 연출하는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자유롭게 무대위를 뛰어다니는 금관 주자들. 악기를 연신 돌려대는 콘트라바스 주자들. 스틱을 하늘로 집어던지는 타악기주자들. 축제에 다름이 아니었다. 입었던 옷을 관객들에게 던져 깜짝 즐거움을 선사했고, 두다멜은 직접 객석으로 내려가 60대 외국인에게 손수 그 점퍼를 입혀줘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앙코르 연주를 끝낸 오케스트라가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벗어,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9) 새로운 해석이 주는 즐거움
대규모 단원으로 구성된 말러는 새로운 해석임에 분명했다. 잘 짜여진 모범생 연주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대규모 편성이 전해준 파워에 압도당했다. 마치 6인치 북셀프 스피커로 듣던 음악을 15인치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얄이나 B&W 노틸러스 800D 같은 초대형 스피커로 듣는 감흥이 살아났다. 이 연주를 듣고 다른 연주 음악을 CD로 들어보니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
 
10) 미래에 대한 희망
이들은 공연이 더욱 좋았던 것은 미래가 숨어있기 때문. 25년을 달려온 엘 시스티마 운동의 중간 단계가 이 정도라면 이 프로그램의 1세대가 전세계 오케스트라에 속속 발탁되는 미래에는 음악의 지도가 달라질 것이다. 뜻있는 음악인들이 나서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범국민적 음악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헛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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