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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부활한 '불법 대출꺾기'

최종수정 2008.12.15 16:02 기사입력 2008.12.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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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연장 핑계 10억 예금 요구
대출자 대출상환 압박보다 예금 낫다..울며 겨자먹기 예금
은행, 정부 압박 중기 대출실적 올리고 예금 실적 올려 두마리 토끼 잡기
금감원 꺾기 실태 19일까지 조사 ..적발시 강력 제재 방침

 
# 지난9월 200만달러의 외화대출을 받았던 K씨. 달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나자 그는 A은행에 대출연장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갔다. 하지만 A은행 지점장은 연장을 해줄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K씨는 몇 번을 찾아가 지점장에게 대출 연장을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지점장은 그럼 10억원 예금에 가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본점에서 겨우 승인을 받아냈으니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10억원의 예금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었다.

K씨는 최근 자금 유동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대출을 갚아 손실을 보는 것보다 10억원을 예금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로 10억원을 예금할 수 밖에 없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는 중소기업들에게 신규 대출이나 대출 연장을 해주는 대신 수십억원의 예금을 들 것을 요구하는 일명 '꺾기'가 휭행하고 있다.
 
'꺾기'란 은행들이 대출 조건으로 다른 상품을 강제 가입하도록 하는 전형적인 불법 행태로 최근 청와대에서 전형적으로 잘못된 대출 관행으로 거론했을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라디오 연설에서 "은행들의 꺾기관행이 여전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예금꺾기는 전형적인 꺾기로 최악인 것이 대출 수억을 받아서 이 중 반 이상을 다시 예금하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대출금액이 축소돼고 이자비용은 늘어나서 기업 경영에 엄청난 압박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꺾기는 외환위기 때나 휭행하던 수법인데 10년만에 다시 부활하며 중소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K씨는 "자금이 없어서 돈을 빌리는 것인데 이것을 다시 예금하라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며 "하지만 당장 대출을 갚을 돈은 없으니 상환하는 것보다 예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장 입장에서는 최근 정부가 할당량을 정해놓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마당에 대출 실적을 채울 수 있고, 자금 유동성에 시달리는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필요한 예금 실적까지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엄연히 꺾기는 불법이다. 금융감독원도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은행의 '꺾기'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상황.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은행권의 '꺾기'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이번 특별조사에서 은행권 '꺾기' 실태 파악은 물론 실제 '꺾기' 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은행에 대해선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감독당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이처럼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주 청와대에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뒤 전격 조사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모든 시중은행을 포함한 14개 은행의 32개 점포에 검사역들을 보내 중소기업 대출 과정에서 '꺾기'가 이뤄졌는지 집중 조사하는 한편 꺾기행태가 드러난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꺾기에 대한 민원인 조사와 함께 문서 등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을 경우 엄하게 문책하겠다는 게 감독당국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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