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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어느 펀드매니저의 고해성사

최종수정 2020.02.02 21:56 기사입력 2008.12.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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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작품성을 버리고 흥행만 쫓아 배우를 발가벗기고, 도박과 싸움 장면을 작위적으로 삽입하듯 펀드 역시 수익률 챙기기보다는 그저 더 많은 자금(돈)을 끌어 모으는 데만 매달렸을 뿐입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회한에 젖게 마련입니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출신 사장이 펀드산업을 도박과 같은 영화산업에 비유해 솔깃했습니다.
전 국민이 펀드광풍에 휩쓸려 있었던 바로 1년전, 운용사들도 시중에 풀린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광고 등 마케팅활동에만 신경을 쏟았지 펀드매니저의 교육과 리스크 관리 등에 더 많이 투자하지 못한 데 대한 뒤늦은 고해성사로 들립니다.

정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큰 폭의 손실로 가슴앓이 중인 우리들 그 누구도 증시가 이처럼 나빠질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은행 정기 예금 금리보다 두 세 배 이상 높은 수십 퍼센트의 수익률을 대부분이 기대했습니다.

불과 10년 전과 5년 전 IMF와 카드사태의 아픈 추억은 우리들에게 아예 없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저 동료가 앞서 가입한 펀드 수익률이 이미 금리를 몇 배 웃돌더라는 등 듣기 좋은 뉴스에만 귀가 쫑긋했었습니다.
전문가 집단이라는 펀드매니저와 은행 창구직원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성을 잃고 있었다는 점도 슬픈 일입니다.

새로운 펀드 상품을 내기 위해서는 사전 구성단계에서 다양하고도 충분한 시뮬레이션 작업이 선행돼야합니다. 판매 창구인 은행은 펀드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운용사는 며칠 만에 신상품을 뚝딱 만들어 출시하는데 집중했고, 은행들은 더 많은 돈을 끌어오기 위해 운용사를 상대로 로비하는 한편 예금에 쌓인 자금마저 펀드로 꼬여내기에 바빴습니다. 설상가상 조급하게 만들어낸 상품은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어린 펀드매니저가 예탁자산을 맡아 관리했고, 일부 펀드매니저에게는 수 십 개 상품이 동시에 맡겨지는 등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수반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펀드 시장이 당분간 암흑기를 맞을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신규 펀드 유입자금이 전무하고, 코스피지수가 1300∼1400P선까지 반등할 경우 대규모 '펀드런'(펀드환매사태)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내년부터는 우리 모두 비슷한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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