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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겨울바다 그곳에 서면 세상 시름이 씻겨가네

최종수정 2008.12.10 11:38 기사입력 2008.1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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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ㆍ바다ㆍ호수 3색 절경의 동해안 7번국도 속초~고성 통일전망대가는 길

'겨울바다로 가자…/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하늘을 보라/너무나 아름다운곳을/겨울 바다로/그대와 달려가고파/파도가 숨쉬는 곳에/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넘치는 기쁨을 안고…./ 푸른하늘(겨울바다 중)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겨울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언제나 풍경처럼 가까이 다가와 속삭여주는 감성의 바다, 끊임없이 흰 포말을 토하는 해변과 새벽 고깃배로 떠들썩한 포구가 보고 싶은 거다.

바다하면 동해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펼쳐진 바다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속초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는 그 아름다움이 더 하다.

크고 작은 해수욕장과 포구들이 해안선을 따라 포진해 있고, 정자와 전통마을, 그리고 호수가 쉴 새없이 이어진다.

풍광 좋은 곳이 나오면 차를 세우고 푸른하늘의 노랫말처럼 모든 괴로움과 응어리진 가슴을 열어 파도에 던져 버리기만 하면 된다.

속초에서 출발해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7번국도길(52km정도)을 따라 그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빠져보자.

#속초 석호와 동명항의 싱싱한 활어에 반하다

지난 주말 미시령 터널을 뚫고 속초로 향했다. 속초는 동해안 중에서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팔딱팔딱 뛰는 활어 난전의 생선회에서 푸른바다, 호수 등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출발지는 동명항이다. 동명항의 최대 매력은 역시 싱싱한 자연산 회를 싸게 맛볼 수 있다는 점. 방파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동명항 활어판매장에서는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활어를 판다. 갖 잡아올린 싱싱한 활어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인근에 있는 영금정에 올랐다.

부서지는 파도를 뒤로 하고 봉명해수욕장 연날리는 부자

파도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 해서 이름 붙여진 영금정은 일출명소로 바다 위에서 해와 마주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 감흥은 색다르다.

가는 길이 바빠도 속초 시내에 알알이 박힌 호수들을 돌아볼 시간은 남겨 놓아야 한다. 청초호와 영랑호는 어느 시인이 '두개의 맑은 눈동자'라 칭했을 만큼 고운 석호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호반 전체가 공원으로 가꿔진 영랑호는 범바위 부근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산책로로 유명하다.

#청간정ㆍ청학정 산수화 같은 해안선 정자에 넋 잃고

속초를 나와 고성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7번 국도와 해안도로를 번갈아 타고 가는 이 길은 지도가 없어도 좋다. 겨울바다와 해안선이 길손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해안도로는 오르내림이 없이 거의 평지를 달린다. 그래서 이 길에서 다채로운 바다의 표정을 만나자면 경관 좋은 바다 언덕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정자에 올라야 한다.

청간정에서 바라본 푸른 동해바다
고성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청간정은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만평청파가 넘실거리는 기암절벽위에 아담하게 세워져 있다.

1530년(중종15년)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정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현판이 누각 안쪽에 달려 있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휘호도 걸려 있다.

청간정에서 내려다 보면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뭉게 구름이 일다가 안개처럼 사라져 가는 황홀경으로 관동팔경중 수일경으로 손꼽힌다.

청간정에서 아야진항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천학정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비록 관동팔경에는 들지 못했지만 장엄한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 고장사람들의 편안한 쉼터를 자처한다.

#거진항 겨울 포구는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이 된다

고성으로 가는길에는 크고 작은 포구와 항구들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고 있지만 거진항의 아름다움을 따라 올 만한 항구는 드물다.

거진항은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을의 풍경이 잘 찍힌 한 장의 사진처럼 완벽한 구도를 이루고 있다. 거진항의 아름다운 풍광은 항구 반대쪽 방파제에서 만날 수 있다.

파노라마 풍경이 압권인 거진항 모습

바다쪽으로 불쑥 나온 방파제 끝에 서면 거진의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쪽에서 바라본 거진 포구는 파노라마 사진을 찍은 듯 대화면이다. 저 멀리 시선이 닿는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태백준령의 능선들이 주르륵 펼쳐진다. 산들은 마치 고성 일대의 해안 마을을 호위하는 듯 하다.

거진항의 최고의 시간은 해질 무렵이다. 산 능선쪽으로 해가 설핏 넘어가면 푸른 밤바다를 기고 있는 포구와 언던 비탈면에 들어선 집들에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잔잔한 포구의 바다 위에 어른거리는 불빛은 따스하다.

거진항 주변 바다의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길은 거진항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2번군도가 좋다. 방파제 뒤로 이어진 이길은 바위산을 깍아 만들어 바람이 거친 날이면 파도의 끝자락이 도로 위로 넘쳐 오를 정도다. 도로 중간에 있는 '해맞이쉼터'나 '해맞이 전망대'에서 동해바다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송지호ㆍ화진포 호수에서 바라보는 이색적인 바다 풍경

청간정을 나와 거진항으로 가는 길에 먼저 송지호를 찾았다. 송지호는 호수가 아니라 해수욕장을 일컫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동해안의 다른 석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송지호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철새탐조대가 눈에 띈다. 조형적인 건축미를 뽐내는 탐조대는 철새들의 생태를 소개하는 전시물로 가득 차 있다.


동해안 호수중에 화진포를 빼 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동해의 몇 안되는 석호로 호숫가의 갈대와 수천 마리의 철새,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로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거진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10여분 달리자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넓고 바다같은 화진포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와 바다가 뿜어대는 절경은 지금보다도 일제 때가 더 유명했다. 당시 외국인의 별장촌이 지어졌고 해방 후 김일성(화진포의 성),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생겨났다.

현재 별장들은 개보수 작업을 거쳐 그들의 유품과 자료전시로 근대 정치사의 이면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ㆍ안보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소나무가 우거진 해안 절벽을 따라 김일성의 별장에 올랐다. 이곳에서 바라본 바다는 남국의 어느 바다 못지않은 짙은 코발트색이다. 발 아래로 넘실대는 파도를 품고 있는 화진포 백사장이 눈부시도록 희다. 파도가 훑고 지날 때면 '사르르~' 맑은 소리가 별장까지 이어진다.

#남북 가는길 끊긴 통일전망대에서 분단의 쓸쓸함을 맛보고

화진포를 나와 남녘땅의 끝자락인 통일전망대를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천혜의 절경이라 할 금강산과 동해바다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통일 전망대는 연간 1백만명의 국내외 내방객이 방문하는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최근 금강산 관광 중단 및 남북관계 경색으로 찾는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 썰렁한 모습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강영식(40)씨는 "금강산 및 개성 가는 길이 막혀 안타까운 심정 이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금강과 동해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전망대에 섰다. 분단의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해 바다는 언제나처럼 거기 그대로 있었다. 부서지는 파도를 스포트라이트 삼아 은빛으로 일렁이는 물결들의 춤사위는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해금강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매서운 한겨울 바람을 뒤로하고 전망대를 내려서는 길, 박두진 시인의 '아, 민족' 이란 싯기가 뇌리를 맴돌며 가슴을 때린다.

'겨레여 형제여/우리들 이 가슴 속엔…/사랑은 미움보다 피는 물보다/오늘이 어제보다 내일이 오늘보다/영원히 그 순간보다 소중한 게 아니냐…/역사는 하늘은 승리는 다 우리의 편…./

속초ㆍ고성=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nomy.co.kr
새벽길을 나선 어선들이 아침해를 받으며 대진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행메모
동해안 7번국도길 중 속초에서 고성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 풍광이 남다르다
△가는길=속초, 고성여행은 시작점이 어디인지에 따라 들어가는 길이 다르다. 속초가 출발지면 서울에서 양평, 홍천, 인제를 지나 미시령터널을 나와서 속초 찍고 고성으로 가면 된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속초로 내려올 경우는 인제에서 진부령을 넘어 간성으로 가는것이 좋다. 간성에서 전망대로 갔다가 다시 7번 국도를 타면 된다.

△볼거리=속초를 오면 한 번은 찾는다는 대포항회센터가 있다. 또 온천수를 이용한 한화리조트 워터피아도 볼만 하다. 여행중에 지친몸을 한 순간에 풀어주며 인근에 있는 대조영촬영장은 덤.

왕곡마을
고성은 전국 최초로 지정된 전통마을인 왕곡마을이 있다. 북방식 한옥 20여채가 보존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인 건봉사는 꼭 들러보자. 신라 법흥왕 7년(520년)에 세워진 사찰은 한때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를 말사로 거느렸던 한국 4대 사출 중 하나였다.

통일전망대는 동절기입장(2월28일까지)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50분까지 가능하며, 대진항 부근 안보교육관에서 출입신고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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