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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더의 책꽂이] 흐르는 강물처럼

최종수정 2008.12.05 11:10 기사입력 2008.12.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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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 2000원

다시 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책은 그리 흔치 않다. 내 경우엔 소설로는 삼국지, 대망, 무진기행 등이 꼭 그러하다. 거듭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나이를 먹을수록, 혹은 정신이 배고플수록 책꽂이에서 다시 그것들을 꺼낸다. 이때가 참 행복하다.

고백하건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들(연금술사, 11분, 오 자히르)을 딴에는 사기는 했더랬다. 그렇지만 난 그것들을 '거듭 읽는 것'을 한 번도 각오하지는 않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이 책을 추천하는 지인이 있어 덜컥 또 샀더랬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이리저리 한참 뒤적이다 옮긴이의 이력에 필이 꽂혀서 작정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더랬다.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독일어로 옮겼을 실력 정도면…. 결과는 매우 흡족했더랬다.

어디 그뿐인가. '다시 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책'으로 분류해 놓았더랬다. 소설이 아닌 비소설로는 채근담, 명심보감, 열하일기 이후로는 몇 년 만의 쾌거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잘나진 않는다.

이 책은 거듭 읽을 때마다 그 맛이 깊어지는 채근담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독서의 매력을 선사한다.

가령 '남의 정원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그 바보는, 제 뜰의 꽃과 나무는 안중에도 없다'(54쪽)거나 '희망, 그것은 아침부터 우리 곁에 머물다가 상처투성이의 하루를 보낸 뒤, 저물녘에 숨을 거둔다'(58쪽)라는 명문장은 자연과 인생에 관한 명상을 기록한 홍자성의 '채근담'(현암사)을 보는 듯 착각이 들 정도다.

중학생 시절부터 내 가슴에 아로새겼던 채근담의 한 대목은 이렇다.

'꽃은 반쯤 핀 것을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이 가운데 참말 아름다운 멋이 있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씬 취함에 이르면 문득 추악한 지경에 들고 마니, 가득 찬 곳에 있는 이는 마땅히 생각할지어다'

이 책을 통해 내 가슴에 새로 기록해야 할 대목을 소개하자면 '선방 고양이의 가르침'(169∼172쪽)이 앞으로 좌우명이 되지는 않을까 싶다.

별 탈 없이 흘러가려면 '고양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늘 들어왔기 때문에, 불필요한 '고양이'를 제거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물음은 자꾸자꾸 되씹을수록 나물 뿌리의 담백한 맛이 우러난다. 그래서다. 채근담(菜根譚)처럼 늘 곁에 두고 항시 읽을 만하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저력을 가진 파울로 코엘료. 그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경이로운 삶의 기적들과 영혼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맑은 이야기들을 맛보는 그 즐거움이 오직 한번뿐인 우리네 인생을 훈훈하게 덥힌다. 그래서다. 가슴이 차갑게 식지 않는다. 대신에 따뜻함을 선사하는 책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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