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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최종수정 2008.12.05 11:10 기사입력 2008.12.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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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톤 언더우드 지음/김철 옮김/이숲 펴냄/1만3000원

1888년 3월, 미국 처녀 릴리어스 호톤이 제물포항에 내렸다. 낯선 조선 땅이 그녀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해안에는 나무 한 그루 없었고, 삭막한 개펄만 보였다.

장로교 선교위원회 일원으로 조선 땅을 밟은 그녀는 왕실의사가 되면서 늙은 왕국 조선의 마지막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조선에 와서 만난 선교사 호러스 언더우드와 결혼해 연세학당을 세우고 한국에서 생을 마감한 그녀는 구한말 조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그들 부부는 조금 독특한 신혼여행을 계획한다. 가마를 타고 조선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것이다. 요즘 같으면 외국에서 결혼한 커플이 렌트로 전국 투어에 나서는 셈이지만 당시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위험한 발상이었다.

부부는 주위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길에 나섰고 그녀는 조선의 풍속과 문화를 접하며 남긴 기록 중 하나가 '조선견문록'이다.

이 책은 그녀의 눈에 비친 개화기 조선의 모습이다. 당대 조선 민중의 삶, 제국주의 열강의 세력 다툼에 힘없이 몰락해 가는 조선 왕조의 모습이 그녀의 시각을 통해 그려진다.

동학란, 갑오개혁, 청일전쟁과 을미사변…. 소용돌이 같은 역사의 현장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진지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을 읽다 보면 간혹 웃음도 나온다. "조선의 상투가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인지 말해야겠다"고 소개하는 대목(75쪽). 그녀는 "총명한 여자의 손아귀에 상투가 잡혔다 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도구가 된다"며 "미국에서도 남자들이 머리를 이런 식으로 묶지 않는 게 섭섭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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