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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보다 '힘 센' 농협

최종수정 2008.12.05 12:42 기사입력 2008.12.0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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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혼비백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가락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은 다 죽어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갔다하고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농협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불난 호떡집이 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진 전국 순회 토론회에서 "전국 각지에 있는 농협이 힘이 센지, 내가 힘이 센지 모르겠다"고 털어놨었다. 당시에도 농협중앙회가 발칵 뒤집혀 발언의 정확한 내용과 진의를 알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농협과의 악연은 역사가 길다. 노대통령이 농협 입사시험에서 두번이나 떨어지고 사법고시를 패스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 정대근 전 농협회장 구속으로 이어졌던 현대차 로비사건 역시 정권실세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아 곤욕을 치뤘고 결국 마지막에는 농협이 인수한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친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되는 악연을 이어갔다.

이대통령 역시 올해 새로이 취임한 최원병 회장을 통해 농협중앙회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동지상고 출신인 최 회장은 이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직후 농협중앙회의 각 사업부문 대표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오후 늦게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며 보도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이날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예외없이 그동안 농협이 추진해온 사업들을 다시 한번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 관계자는 "갑자기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방안을 앞당기고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국 '농협개혁'에 실패하고 친형마저 비리에 연루돼 얼굴에 먹칠을 했던 전철을 이대통령은 밟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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