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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잃고 풀 죽은' 애널리스트

최종수정 2008.12.05 11:34 기사입력 2008.12.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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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본분은 숫자로 모든 걸 말씀드려야 하나 최근 불안정한 경제 상황속에서 섣부른 숫자 예측은 자신도 없거니와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이 지속되는 약세장에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5일자 반도체업황 보고서의 머릿글에서 이같은 내용의 반성문 성격의 심경을 토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 시작해야 하는 12월이 시작됐지만 반도체를 담당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로서 요즘 반도체 가격이나 주가를 보노라면, 그냥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머릿글 말미에서 "이번 보고서는 큰 무게감은 두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도 했다.

이 보다 한 발짝 더 나가 자신의 빗나간 분석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 '용감한'(?) 애널리스트도 있다.

부동산업종 담당자들로부터 신망이 꽤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창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가 그 주인공.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20일자 삼호에 대한 보고서 제목에 '시장 참여자에게 사과'한다는 말을 띄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자신의 관점을 바꿔 부동산 경기 내 재무적 변수를 인정한다며 삼호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낮췄다. 적정주가 역시 기존 1만2150원을 4400원으로 바꿔 제시했다.

그는 삼호의 3분기 잠정실적이 추정실적을 하회했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순차적인 만기 도래나 현재의 부동산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재무상 변수가 상존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이들에 비해 더 오랜기간 활동해 온 선배 애널리스트들은 후배들의 이같은 자신감 상실이 자칫 사회 전체의 무기력증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참여자들의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온갖 비난이 집중되다보니 급격한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자칫 사회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질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올 해로 20년째 애널리스트로 활동중인 A증권사 B센터장은 " 어차피 숫자를 정확하게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애널리스트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민을 통해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상당부분 할 일을 다하는 것이다. 숫자를 못 맞춘다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표현을 한다면 앞으로 누가 과연 그를 믿어주겠냐"며 오히려 후배들을 질책했다.

그는 이어 "과정은 보지 않고 오로지 숫자만 보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잘못됐다"며 사회 인식 전환을 조심스레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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