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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농민공, 고향 앞으로...찬바람 부는 금융가

최종수정 2008.12.09 08:19 기사입력 2008.12.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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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진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잔(北京西站). 과거 같으면 대륙 서남부지역에서 돈벌이와 일거리를 찾아 베이징으로 오는 인파들로 북적거렸을 이 역은 거꾸로 베이징을 떠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 한국의 설)도 두 달 가까이 남았지만 자기 키 보다 더 큰 짐들을 잔뜩 이고 고향행 기차를 기다리는 농민공들로 끝이 보이질 않는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중국의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쓰촨(四川)성 다저우(達州)가 고향이라는 류(劉·41)는 "고향을 떠난 뒤 톈진과 베이징의 공장지대에서 몇년간을 일해 왔는데 일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한달에 2000위안은 벌었는데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면 뭘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난(河南)으로 돌아간다는 농민 리(李·38)도 "그간 베이징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번 돈 중에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을 조금씩이라도 부칠 수 있었는데 이젠 막노동 자리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리는 "올림픽 때엔 규제가 많아져 그렇거니 했는데 올림픽이 끝난 뒤에 경기가 오히려 더 안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금융 쓰나미의 영향을 받아 대륙의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행렬을 '판샹차오'(返鄕潮, 귀향의 물결)라 부른다. 지난 10월 대륙 남부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판샹차오는 연안지역의 발달한 도시들을 타고 수도 베이징으로 북상 중이다.

중국 정부는 전체 농민공 약 2억2600만명 가운데 올 들어서만 1000만여명이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와 남부 대도시의 기차역들은 실직한 농민공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손쉽게 발견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많은 농민공들이 "고향 앞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농민공 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도시 정규직 근로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로컬 자동차업체인 치루이(奇瑞)에는 5000명 감원설이 나돌고, 대륙 최대 부동산업체 완커(萬科)도 감원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권에 종사하는 이들은 좌불안석이다. 이날 오후 금융기관들이 집결해 있는 베이징의 월스트리트 진룽제(金融街)의 건물마다 죽 늘어선 '빈 택시' 행렬은 최근 금융 거리의 불안감을 대변해주고 있다. 진룽제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곳은 택시조차 함부로 타지 못할 정도로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도 경기 한파가 여지 없이 휘몰아쳤다. 이날 오후 가본 중관춘 최대 쇼핑몰인 딩하오(鼎好)전자상가 입구는 썰렁하게 비었다. 한 점포 주인은 "올림픽 이전과 비교할 때 매상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내년 초에도 회복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점포를 내놓아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03년 이후 5년간 두자리수를 이어온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분기에 이미 9%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4·4분기와 내년의 경제지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줄줄이 내놓고 있는 대규모 내수 진작책과 경기부양책은 과연 대륙에 불어닥친 금융 및 실물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게 할 수 있을까.
금융위기로 중국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들의 귀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시잔(北京西站)에서 고향에 돌아갈 준비를 하는 농민공들.

금융위기로 중국의 금융계도 한파를 맞고 있다. 사진은 썰렁한 모습의 베이징 금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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