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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8년 12월

최종수정 2020.02.12 13:05 기사입력 2008.12.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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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입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올 한해 정말 빨리 흘러감을 느낍니다. 새로운 기운과 함께 경제 회복의 희망으로 시작한 한 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시련에 빠졌습니다.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우리 경제가 악순환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 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금융기관 연체율도 상승하며 부도기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의 보도는 절박한 서민 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말을 앞 둔 금요일 오후 수도권 한 공단, 반년 전만 해도 가장 분주한 시간이었으나 지난달부터는 일감이 절반으로 줄어 곳곳에 퇴근하는 근로자들이 보입니다.
자동차 업체가 줄줄이 감산에 들어가자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특근은커녕 근무시간을 채울 작업량도 모자라 월급받기도 눈치 보이는 실정이랍니다. 중소 업체이긴 하나 숙련된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 사장은 마음대로 인력 운용도 힘들고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어렵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래도 일을 하는 사람은 다행입니다. 일부 기업은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돼 일터를 떠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올 들어 11% 늘었고 급여액도 17%나 증가하는 등 신청창구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답니다.

또 가구주가 직장이 없는 ‘백수가구’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6%를 넘어서면서 1년 새 13만3000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사회의 풍속도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천의 한 물류업체는 매년 호텔에서 해오던 연말 회사 송년회를 취소하고 개인별 위로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끝내기로 했답니다. 불황의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송년모임의 규모를 줄이고 생략하려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호텔업계는 신규 예약은 생각도 못하고 행사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30% 가까이 예약이 줄고 20% 정도가 예약을 취소한다니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짐을 실감합니다.

금융권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의도 증권가가 미국의 월가보다 더욱 얼어붙었답니다. 실적이 너무 나빠 인력 감원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외환 거래마저 줄어 딜러들의 걱정도 태산이랍니다. 더욱이 고객들의 손실이 큰데 송년모임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환율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는 여행업계의 사정은 더욱 딱합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 닫고 원화 약세로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지니 누구 하나 해외여행을 거들 떠 보지 않습니다. 예년 같으면 방학을 앞두고 청소년들의 해외 연수나 여행 신청이 쇄도할 만한데 올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기만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었답니다. 서울지역에서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로 이용한 승객이 10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한 16만 건에 이르며 서울지역 전체 교통카드 결제건수는 30억 건을 넘어 섰습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는 작년 대비 27%가 줄었으나 경차 판매는 일부 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기아차의 모닝은 국내 전체 판매차종 가운데 1위를 차지해 1999년 1월 이후 9년10개월 만에 경차가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큰 차를 선호하던 소비자들의 기호도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황의 그늘은 편의점 매출에서도 나타납니다. 1000원대의 고급 캔커피는 출시되면서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몇 달 전부터 저가형 캔커피의 판매가 늘어나고 술과 즉석 안주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생활의 고단함에 음주인구는 늘었으나 술집이나 음식점 대신 가정에서 술을 마시는 수요가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힘들어 하지만 특히 서민들을 더욱 서럽게 하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통계청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에 따르면 올 3분기 전국 가구의 상위 20%는 월평균 721만5000원을 벌어 486만100원을 지출해 월 235만 여원의 흑자를 기록,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소득하위 20% 계층은 월평균 96만원을 벌어 128만 여원을 지출해 32만원이 넘는 가계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정부의 감세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때 1ℓ에 2000원이 넘던 휘발유값은 국제 원유값의 하락으로 1300원대로 떨어지고 있으나 LPG(액화석유가스)값은 1년 새 40%가 넘게 급등해 저소득층과 택시 기사들의 하소연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조금 더 있으면 가격 역전현상까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생계형 시비’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택시 기사와 승객간의 다툼도 많아지고 노점 자리를 놓고 주먹다짐도 늘어나고 있답니다. 밀린 일당 때문에 다투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갈수록 서민들의 생활은 피폐해 가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국회는 예산안을 놓고 ‘도끼자루 썩는 줄’을 모르고 있으며 정부도 현실의 심각성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렸다하나 돈이 현장으로 흐르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심각합니다.

한 연구원이 국내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가량이 ‘경기 침체 이후 잠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화와 신경질’을 내는 빈도는 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EO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져 83%가 이전에 비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8년 12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내년에는 각종 지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아시아경제신문이 최근 재계 등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응답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40%에 이르렀습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건조하고 우울한 하루지만 조금은 힘차게 아침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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