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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하버드大 졸업장보다 중요한 것

최종수정 2020.02.12 13:05 기사입력 2008.12.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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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하버드大 졸업장보다 중요한 것
며칠 전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습니다. 요즘 만나는 중소기업인 치고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앞이 캄캄하다는 얘기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문을 봐도, TV를 켜도 앞이 캄캄한 뉴스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날의 화제 역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 그리고 언제쯤 그 위기의 터널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칠흙같은 어둠에 비유했습니다. 물속에 들어가서 누가 오래 숨을 쉬지 않고 참느냐는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어릴 적 연못의 물속에 코를 틀어막고 뛰어들어 오래참기 시합을 한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물 밖으로 먼저 얼굴을 들어낸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요즘 기업들의 현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물속에서 참지 못해 밖으로 튀어오르는 기업은 곧바로 도산행 열차에 올라타야 할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일감도 줄어들고 수주를 했더라도 대금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기업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할지 잠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그가 택한 지혜가 돋보였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게 무슨 지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는 이처럼 생존자체가 위협을 받을 때 직원들에게 공부나 세게 시키자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일거리가 없는데 이 기회에 책을 읽게 하면 신선한 아이디어라도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찾은 곳은 강남의 교보문고였습니다. 직원 몇 명과 함께 서점에 찾아간 그는 책을 주워 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제목만 눈에 띄면 고르다보니 서점직원들이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가구점에 들러 책꽂이를 구입했습니다. 그 다음 전체 직원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라. 책을 다 읽지 못하면 제목이라도 외워라. 앞으로 인사고과는 독서실적으로 하겠다. 책을 읽기 싫으면 회사를 그만두라.”

사장이 내린 불호령에 직원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매일 매일 영업실적만 따지던 사장이 갑자기 책 읽는 것으로 인사고과를 매기겠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출근해 경제레터를 쓰면서, 한 중소기업 사장의 뚱딴지(?)같은 독서경영 얘기를 소재로 하면서 빌게이츠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앨빈 토플러와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을 생각했습니다.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 졸업장이 아니다. 내가 자란 시골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앨빈 토플러 역시 “어떻게 세계적인 미래학자 됐느냐”는 질문에 책 읽는 기계로 불릴 만큼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는 대답으로 성공비결을 말했습니다.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은 잠들기 전 빼놓지 않고 시를 읽었다고 합니다. 오늘 두바이의 기적이 그의 시를 읽는 습관에서 나온 셈입니다. 그가 읽은 시가 무한상상, 창의의 에너지가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구본무 LG회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그룹 내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새해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을 잘라내면 안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눈앞에 직면한 위기에 처한 기업들로서는 구 회장처럼 쉽게 ‘모두가 함께 가는 경영’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우선 생존하는 것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금융계를 비롯, 적지 않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사람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중소기업인의 이같은 돌출행동(?)도 심각한 불황을 앞에 둔 기업들에 써먹을만한 지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일감이 없는데 직원들이 독서만 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올 수는 없습니다. 워크 셰어링(Work Sharing) 등을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워크 셰어링은 한 직장에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나눠 갖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1인당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휴무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량해고를 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불황기에 일감이 줄어 기업이 감원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근무시간, 임금부분 삭감, 감원요인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잠재적 노동력을 활용하면서 독서경영을 병행한다면 그 회사의 미래가 밝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가방에 지갑은 넣지 않더라도 책은 넣고 다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대한 사람, 위대한 기업 뒤에 숨겨진 성공의 비밀은 예상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장수하는 기업도 그렇습니다.

책속에 현재의 위기를 뚫고 미래를 제시해주는 지혜가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이 넘겨진 지금-두려움과 실망보다는 책속에서 경영의 지혜를 찾는 하루가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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