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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달리는 코끼리, 나는 용이 멈춰 섰는데

최종수정 2020.02.12 13:05 기사입력 2008.11.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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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선배로부터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하루하루 일정에 매몰돼 서재에 놔뒀다가 지난 주말 읽었습니다.

인구 5000만 대한민국이 걸어갈 강중국(强中國)의 길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 강한 중진국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뭐냐는 것을 쓴 책이었습니다.
그는 한때 재무부에서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고 한국보험공사 사장과 초대 보험감독원장, 한국리스금융협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박상은 선배가 바로 그입니다.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쓴 책을 읽으며 열정으로, 곧은 인생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쓴 책이니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내려 가면서 다시 한번 그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에 대해 설계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에너지, 환경, 물 산업 등 21세기의 다양한 키워드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천장을 모른채 치솟다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름 값을 비롯한 한국형 강국의 조건을 이야기하며 제시한 기발한 아이디어 역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블루골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블루골드는 가격이 매겨진 물을 말합니다. 사유화된 물인 셈입니다.

물의 상품화에 대해 모드 발로, 토니 클라크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석유가 20세기의 블랙골드라면 물은 21세기의 블루골드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21세기는 워터에너지 시대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은 공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돈을 지불하고 사야하는 상품이 됐습니다.

현재 지구상의 물은 97.5%가 바닷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 부존량은 빙산, 빙하 등 얼음상태를 포함 2.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류의 물 사용량 증가와 환경문제로 인한 오염 등을 감안하면 물의 사용가능 총량은 점차 부족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구미(歐美)에서는 미네랄워터가 콜라나 우유보다 비쌉니다. 우리나라도 기름 값보다 물값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생수는 세금을 공제하고 비교해도 같은 양의 휘발유보다 헐하지 않습니다.

먼 중동지역에서 퍼 올려 탱커로 실어와 파이프라인으로 들어와서 정유공장을 거쳐 각 지방 주유소에 배달된 기름이 생수와 맞먹는다면 물장사(산업)는 금세기의 새 지평을 넓혀가는 대박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엔인구기금 발표에 의하면 2020년대 지구 인구는 79억명에 달하게 되고 그 중 60%인 50억명이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살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화 지역인 중국, 러시아, 아시아 지역에서 물의 산업화가 급격히 진전될 것으로 보고 세계의 대기업들이 물산업 시장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GE에너지 파이낸셜은 오폐수처리 시설 등에 투자를 늘리고 수년에 걸쳐 수자원 관련 기업 여러 곳을 인수했습니다. 지멘스도 유에스필터 등 7~8개의 수자원 회사를 인수·합병(M&A)했고 이스라엘의 회사와 대규모 정수사업 합작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우케미컬도 중국 수자원 관련 기업에 투자, 물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에서는 수자원 펀드가 구상되고 있으며 물관련 산업 주식들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세기가 석유로 대표되는 블랙골드(Black Gold)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바로 블루골드(Blue Gold-물산업)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은행 추산 잠재적인 물 시장 규모는 1조달러에 이릅니다. 21세기에 가장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 역시 투자분석가들을 동원해 이에 대한 특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수에즈, 비방디 유니버설, 벡텔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입니다.

블루골드는 단순히 자본경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입니다.

물은 무한자원에 속합니다. 그러나 무한자원 물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 현실입니다.

박상은 선배는 ‘달리는 코끼리와 나는 용의 머리-그 위에서 이들의 힘을 공유할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달리는 코끼리는 중국을 지칭했습니다. 일본이나 인도에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용은 미국이 아닐까 유추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동안 달리던 코끼리나 나는 용 모두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지구촌은 지금 불황의 검은 먹구름에 질려 있습니다. 어제는 주식회사 미국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시티은행이 벼랑 끝에 몰려 고객들에게 안심해 달라는 호소문을 냈습니다. 도요타와 닛산, GM 등 그동안 잘나가던 자동차회사들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물 산업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한가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성장산업을 찾아 차분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한국을 강중국의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지구촌이 위기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달리는 코끼리, 나는 용의 대열에 우리도 편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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