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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삼성과 한국형 모노즈쿠리

최종수정 2020.02.02 21:58 기사입력 2008.11.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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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삼성과 한국형 모노즈쿠리
지난 17일 저녁 일본 도쿄도 신주쿠 인근 신오오쿠보(新大久保)의 한정식집에서 도쿄대 대학원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70대 중반의 원로기술자 요시가와 료조(吉川良三)씨를 만났다. 요시가와 선생은 일본 히타치제작소에서 근무하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전자에서 상무로 재직하면서 기술자문을 했다.

모노즈쿠리(ものべくり)는 직역하면 '좋은 물건 만들기'지만 요시가와 선생은 "좋은 부가가치의 흐름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모노즈쿠리가 발원지인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모노즈쿠리는 '좋은 부가가치의 정보-설계-생산-판매(마케팅)'이 흐름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하나의 정보로 설계하고 생산하고 판매한다. 반면에 한국은 설계와 판매에서 각각의 고객에 맞게 세분화하면서 확산시켜 나간다. 일본기업이 이렇게 해서 10개 모델을 만들때 한국기업은 1000개 모델을 만든다.

이슬람지역에서 코란의 방송이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는 TV, 중동ㆍ인도에서 도둑방지용으로 자물쇠가 달린 냉장고를 예로 들었다.

요시가와 선생은 "일본은 미국, 유럽 등 한정된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했음에도 수익이 저조하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현지 전문가를 육성해 미국, 유럽은 물론 베트남, 인도, 중남미, 아프키라 등 전 세계의 주요 시장에 맞는 상품을 설계하고 타깃 제품을 출시해 막대한 수익을 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이 맹신하고 있는 도요타의 TPS(도요타 생산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TPS는 자동차가 뿌리다. 주문생산이고 불량이 나오면 공정을 중단시킨다. 반면 전자제품 등은 계획생산이고 자동화가 이루어져서 불량이 나올 확률이 적다. 그런데 전자업체가 TPS를 도입하려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시가와 선생은 "한국이 모노즈쿠리를 도입하고 모노즈쿠리 기업을 육성하려면 삼성전자 등 대표적인 한국 기업들이 이룩해 온 과정을 중소기업에도 잘 전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에 일본 미디어그룹 닛케이BP와 '삼성은 왜 강한가'라는 주제의 인터뷰를 했다고 전했다.

물론 그가 삼성출신이어서 그의 주장과 분석을 100% 동의하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이 (일본과 비교해서) 기술력은 떨어지고 개발력은 앞선다거나, 요소기술 개발보다 응용기술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그렇다.

하지만 50년 이상 일본과 한국의 제조업의 발전을 눈으로 지켜본 원로 기술자의 분석과 비평은 일본 것 그대로가 아닌 '한국형 모노즈쿠리'를 도입하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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