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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더의 책꽂이]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최종수정 2008.11.21 11:26 기사입력 2008.11.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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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무 지음/ 브리즈 펴냄/ 1만1800원
 
대한민국 남자들, '열심히' 삽니다. 그러나 '행복하게 살진' 못하나 봅니다. 그리 주장을 펴는 책이 한 달 전에 나왔다.
 
하기는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신윤복(1758~?)이 여자라는 발칙한 상상이 소설로, 드라마로, 영화로 가능한 시대다. 그러니 남자로 태어나 살기에는 어쩜 조선이 꿈엔들 좋았으리라 능히 짐작된다. 다만 문제는 대한민국 남자가 아니겠는가.
 
이 땅에서 남자로 사는 게 왜 이리 힘드냐고? 고민을 토로하니 한 역술가는 '하원갑자(1984~2043)는 여성이 지배하는 시대'라서 그런다고 역(易)으로 풀었던 적도 있다.
 
앞으로 30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나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을 해봤다. 아찔하다! 그 때면, 그 날이 오면 내 나이는 팔십을 바라본다. 해방이 차마 될 줄은 모르고 변절을 결심한 애국지사 출신의 트랜스젠더인양 살아갈까나, 갈등한 적이 한 두 번은 아니다.
 
그러다가 남자로 버티되 나도 여자들처럼 울고 싶을 때는 '열하일기'에서 조선의 남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그랬던 것처럼 펑펑 울자고 이미 결심한 바 있다.
 
마흔하고 다섯이 내 나이다. 아직도 '행복하게' 사는 것엔 서툴고 어색해한다. 방송기자 20년 경력의 이 책의 저자인 윤영무씨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겪고 있는 '위기의 남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담았다.
 
부디 여자들이여 이것만은 제발 읽어주시라.
 
"남자이기 때문에 아파도 참아야 하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중략) 남자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저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자연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가족들은 서서히 그(아버지)를 외면하기 시작한다."(17쪽)
 
집사람을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웃음과 눈물을 그린 '허삼관 매혈기'(푸른숲)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을까. 저자는 '나 역시 누군가의 자식일 때는 허삼관의 마음을 몰랐다'(25쪽)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 자신이 아버지가 되고 나니, 우리 아버지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주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고 속내를 조심조심 드러낸다.
 
이 책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상처를 드러낸다. 이윽고 치유한다. 펑펑 울도록 심금을 매만지기 때문이다.
 
그냥 혼자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처럼 당신 앞에 피식 웃고 있을 내 남자를 위하여 붓글씨다, 독서다, 영화감상이다, 하면서 딸과 함께 '행복하게' 시간만 보내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젖은 손 대신에 거친 손을 잡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 땅의 여자들이 먼저 챙겨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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