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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 회사 저 회사' 면접메뚜기

최종수정 2008.11.21 11:29 기사입력 2008.11.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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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한파 밀어닥친 구직자들 '적성무시·연봉무시.. 붙고보자'

지난 10월30일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 6층 임원실. 하반기 신입 공채 리서치 부문 1차 면접을 치르고 있던 이 회사 인사담당자들은 한 지원자의 어이없는 답변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마케팅 업무를 잘할 수 있다'고 일장연설을 늘어놓은 것이다. 당황한 면접관이 이유를 물으니 "많은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다보니 어느 회사인지 헷갈렸다"고 답변한 뒤 "죄송하다"며 축 늘어진 어깨에 가방을 다시 메고 자리를 떠났다.

또다른 면접장. 면접 진행 요원 눈에 한두명씩 자리를 뜨는 지원자가 보인다. 면접을 치르기 전 7명씩을 1개 조로 11개조를 꾸려 놓고 출석을 불렀지만 면접을 봐야할 당사자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관은 "면접 차례가 뒷쪽이면 겹치는 다른 회사로 면접을 또 보러 가는 것"이라며 "보통 시간에 맞춰 돌아온다. 큰 회사 인사팀들과는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그런 대략적인 내용을 우린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지원자들이 단 한군데라도 면접 기회를 늘리기 위해 발빠르게 뛰어다니고 있는 셈이다.

청년 백수 100만시대. 어디든 일단 들어가고 봐야하는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회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21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채용 지원자는 대략 6400여명. 여기에 한화 그룹 인ㆍ적성 검사(HAT)를 통과한 이들은 모두 250명이다. 이 인원이 1차 면접을 받게 되는데 으례 절반은 결시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이번 공채에서는 2~3명을 빼고 모두 면접에 참석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바닥이다. 소규모 증권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큰 곳도 하반기 채용하는 곳이 삼성증권, SK증권, 우리증권 정도 일 것"이라며 "취업 재수 삼수생은 쌓이고 신규채용은 줄어만 가는데 구직자들 입장에선 한번의 기회라도 놓쳐서는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경쟁력 있다고 알려진 외국 대학을 나온 졸업자도 취업 칼바람에 예외는 아니다. 이 회사 지원자 가운데 해외 대학 졸업자는 대략 10%가량 된다. 소위 미국에서 잘나간다는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도 상당수다. 최근 미국 금융위기로 모건스탠리 등 세계 최고 금융회사들의 취업난에 한국으로 유턴하는 케이스가 많아졌기 때문.

실제 이번 공채에서 스탠포드 경영대학을 나온 여성 지원자가 있었지만 그나마 최종면접에도 가지 못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수는 지난 2000년 18만8000명이 늘어난 이후 단 한번도 증가세롤 보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1년 6만4000명 감소를 시작으로 2002년 1만6000명 2003년 19만3000명 2004년 2만8000명 2005년 12만8000명 2006년 18만명 2007년 6만8000명씩 뒷걸음질 쳤다. 이렇다보니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수 비율을 보여주는 청년 고용률은 내라막을 걷고 있다.

지난 2004년 45.1%를 기록했었지만 2007년 42.6%까지 내려 앉았다.

한화증권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는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공채를 했지만 최근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면서 "토익 890점 이상이 대부분에다 중국어 일본어가능한 구직자가 넘쳐난다. 바늘구멍보다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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