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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위기는 곧 기회다

최종수정 2008.10.23 14:44 기사입력 2008.10.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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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대책이 발표되기 20여일 전인 10월 초순 건설회사 한 임원이 느닷없이 국토해양부 기자실을 방문했다. 이 사람은 "정부가 건설업계 구제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뜬금없는(당시로서는) 소식을 전하며 "건설업계가 이제 살았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야기를 듣던 몇몇 기자들은 정부의 건설업계 금융지원 소식에 다소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이미 전문가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 심정을 아는 만큼 말과 글을 아끼고 있던 터였다.

이후 건설업계 구제방안에 대한 갖가지 추측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정부가 제조업체의 비업무용 토지까지 매입해준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건설사 구조조정방안은 가장 뒤늦게 들려온 소식이었다.

보통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기 전 언론에 슬쩍 내용을 흘려 여론떠보기를 시도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떤 대책이 확실하다는 정답기사는 없었다. 그런데 "설마 정부가...(구조조정을 시도할까)"라는 물음표 달린 기사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방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보도에 비난여론이 들끓자 바로 대책내용에서 삭제한 것과는 반대상황이었다. 여론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는 건설업체 달래기에만 급급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무턱대고 건설사 달래기 위한 규제완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2007년 튼튼한 것으로 믿었던 해피트리 신일, 그랑시아 세종건설, 에쉐르 우정건설 등 주택건설업체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정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이는 최근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겹치기 전까지 마찬가지였다.

이랬던 정부가 IMF 이후 처음으로 건설산업의 인위적 구조조정에 칼을 뽑아들었다. 정부는 건설업체들을 A~D등급으로 구분한 뒤 경영정상화가 곤란한 D등급은 퇴출시키고 C등급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유동성 지원을 하기로 했다. 퇴출과정에 차이는 있으나 IMF 외환위기 당시의 건설산업 구조조정과 비슷하다.

사실 시장주의 경제에서는 건설업계 스스로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이뤄지는게 당연한 원리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현재 건설업계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주택경기가 호황을 이룬 2002년 이후 물량 공세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회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 대부분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나 내실경영을 다지기보다는 한탕주의 속에 토지 매입에 몰입하거나 무턱대고 집을 지어 경기 침체속에 버틸 능력을 상실했다. 더구나 시장상황이 조금만 바껴도 정부가 개입하다보니 건설사들도 타성에 젖어있는 느낌이다.

누군가 나서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다면 우량기업에까지 위험성이 전염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건설산업이 왠만한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서둘러 체질강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하고, 건설사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어둡고 골 깊은 위기를 잘 이겨낸다면 조만간 동트는 새벽을 맞이하거나 높은 산 위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식상할 수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명언만큼 현재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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