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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서민 두 번 울리는 '엔화 대출'

최종수정 2008.10.22 15:33 기사입력 2008.10.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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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것도 서러운 아이슬란드에선 자국 통화인 크로나 가치가 폭락하면서 엔화로 대출받은 서민들을 또 한번 울리고 있다.

레이캐비크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아우스디스는 2년 전에 엔화 대출을 받아 5인 가족 기준으로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상환액은 올해 초에 비해 2배나 급증, 연봉 실수령액 26만크로나(약 4300만원) 가운데 22만크로나가 대출금 상환액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선 버블경제로 통화인 크로나 강세와 대출금 상환 시 환율변동제가 적용돼 왔기 때문에 서민들은 저금리에다 인플레와도 무관한 엔화로 대출을 받아 매월 크로나로 전환해 대출금을 갚아왔다. 다소의 환율 변동이 있어도 크로나보다는 싸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올봄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크로나는 최근 금융위기로 엔화 가치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고 결국 외화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 상환액은 기존의 2배로 늘어나게 됐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캐비크 교외에서 자동차 영업소를 운영하는 낼 올랍슨은 "지난 4, 5년간 고객의 90% 이상이 엔화 대출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이 차량 구입을 결정하면 즉시 인터넷을 통해 은행사이트에 접속, 엔화대출을 선택할 정도로 엔화 상품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크로나 금리가 2자릿수여도 엔화는 높아봤자 4%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은 본 적도 없는 엔화대출을 주저없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과열 경제에 따른 인플레를 억제하려고 자국통화의 금리를 올리느라 이달 초만해도 아이슬란드의 기준금리는 15.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16일엔 12%로 단번에 3.5%를 인하했다.

이처럼 인플레 억제 차원에서 단행한 아이슬란드 정부의 고금리정책은 오히려 서민들의 외화대출을 부추긴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에 따르면 외화대출은 지난 2004년 1월엔 가계 부채 가운데 4.5%를 차지했으나 2008년 3월 현재 23%를 기록, 4년간 급증세를 나타냈다.

신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1980년대부터 경제가 성장궤도에 오르자 금융부문의 대담한 규제완화를 통해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왔다.

영국 등지에서 자국 인구보다 많은 예금자를 유치하고 일본에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거액의 자금을 모은 금융기관들의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달했다.

덕분에 1인당 GDP는 5만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톱 수준에 올랐고 2007년엔 국민의 행복도를 나타내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에서도 1위에 빛나기도 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것도 잠시, 아이슬란드의 경제 부흥이 오히려 서민들을 괴롭히는 거대한 괴물로 돌변했다고 지적한다.

아이슬란드 대학의 귀널 헤럴드슨 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스스로의 성공의 희생자일지도 모른다"며 "도심의 고급 상점들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탱할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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