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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살방조죄는 자살 돕는다는 인식 있어야"

최종수정 2008.10.05 21:02 기사입력 2008.10.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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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협박 戀敵에 라이터준 '새남친' 무죄확정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3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 대한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작년 9월25일 오전 3시35분께 여자친구의 옛 남자친구 B(26)씨가 휘발유를 끼얹고 찾아와 승용차를 가로막으며 "여자친구가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죽어버리겠다"고 말하자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며 라이터를 던져줬다.
 
B씨는 30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실제로 몸에 불을 붙여 화상을 입은 뒤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그 해 12월12일 숨졌고 A씨는 자살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법원은 "자살방조죄는 쉽게 자살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성립하며 흉기를 빌려주거나 조언을 하는 등 적극ㆍ소극적 방법, 물질ㆍ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며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살을 돕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라이터를 건네 줄 당시 B씨가 분신자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자살방조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A씨를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자살방조죄가 성립하려면 B씨가 몸에 휘발유를 뿌린 행위가 자살결의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정황상 여자친구에게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이고 실제 불을 붙인 것도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휘발유를 몸에 끼얹기 전에 담배와 라이터가 휘발유에 젖지 않도록 친구에게 맡겨 놨다는 점과 분신하기 전에 유언을 남기지 않은 사실 등을 근거로 당시 자살을 결의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죽을 테면 죽어봐라"면서 라이터를 던진 행동 또한 자살을 쉽게 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B씨가 실제 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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