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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②] '너무 진부해서' 신선한 대사들

최종수정 2008.09.30 09:19 기사입력 2008.09.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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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포스터[사진=MBC]

[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MBC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 연출 김진만 최병길)이 시대 설정 만큼이나 '올드'한 대사들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무리 시대극이라고는 하지만 방금 소설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문어체 대사들과 어색한 문장들이 진부하다 못해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이다.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는 사람들의 실제 대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리얼리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에덴의 동쪽'에는 요즘 작가들이 기피하는 대사들이 자주 드러난다. 극중 동욱(연정훈)이 지현(한지혜)에게 "너 답지 않게 왜 이래?"라고 말하면, 지현은 "나 다운 게 뭔데?"라고 맞받아친다. 지현이 춘희(이미숙)에게 "어머님!"이라고 부르면, 춘희는 "누가 네 어머님이냐?"라는 식.

딱딱한 대사들도 다수 눈에 띈다. 극중 19세로 등장하는 명훈(박해진)과 동욱의 대사는 거의 50대 '사장님'들의 말투다. 29일 방송에서 동철은 영란(이연희)와의 대화를 "고맙군"이라는 문장으로 끝맺었다. 1981년이 배경이라고는 하지만 '고맙군'이라는 문장을 실생활 속에 쓰는 사람이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이연희의 연기력 논란에는 부자연스러운 대사도 한 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극중 동철을 두고 '거지 아저씨' '사냥개' 등의 비유를 애용하고 있는 영란은 "이 비겁한 거지. 날 납치하려고 나한테 접근했었던 거지?" "놀라긴. 하하하. 겁먹는것좀 봐라. 파리 배짱가지고 누굴 납치해?" "아저씨. 날 벌써 사랑하게 된거니?" "쓰레기! 별 수 없는 쓰레기!" 등 19세 여성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톤의 대사를 쏟아내야 한다.

29일 방송의 엔딩은 이같은 대사톤에 정점을 찍었다. 동철과 동욱이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 신태환(조민기)과의 악연으로 모진 세월을 견뎌온 두 형제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클라이막스에서 두 주인공은 역시 소설 속 한 구절을 연상케할만한 대사를 소화했다.

고문을 받고 버려진 풀밭에 버려진 동욱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동철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는 저 멀리 서있는 동철을 발견하고 "꿈 아니고 환청 아니고 정말 내 형이 맞아?"라고 거듭 묻는다. 동철은 얼른 동욱에게 달려오지 못하고 "동욱아"만 반복한다. 그토록 찾아해매던 동생을 찾고도 금방 달려나갈 수 없을만큼 벅차오르는 감정을 나타내기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가 너무나 전형적이었다는 평가다.

아직은 진부한 대사들이 오히려 신기하다는 10대 네티즌과 '오랜만에 봐서 재밌다'는 2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 웃고 넘기는 선에서 즐기는 상황. 어찌됐든 '진부한 대사'들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오고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 한 것이 이 드라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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