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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횡포'.. 中企의 '공포'

최종수정 2008.09.29 17:47 기사입력 2008.09.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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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겨우 연장" 위기의 10월.. 금융위기 '뇌관' 현실화땐 은행도 위험

안산에 있는 컴퓨터 부품업체인 A사 K사장은 지난 26일 오후 은행권이 자금 상환을 요구하면서 유례없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기자를 찾아와 호소했다.

"월말이 두렵습니다. 창업 이래 지금까지 매년 흑자를 내면서 나름대로 알찬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하는데,운영자금 만기가 돌아온 자금을 은행이 1개월 단위로 연장해주고 있어요. 그것도 매월 10%씩 원금을 상환하라고 합니다.

지난 해 중소기업 중에서는 우량하다는 신용등급 BBB에서 올 해는 신용등급도 한꺼번에 두 계단이 떨어졌어요. 이익이 조금 줄어든 것 뿐인데요." K 사장이 쏟아낸 말들은 현재의 중소기업 자금난이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소기업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것은 미국 발 서브프라임에서 파생된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지고 있는 징후로 해석돼 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금 연장과 관련된 분쟁은 은행권 기업금융(RM) 점포 일선에서는 흔하게 겪는 일이 됐다. B은행의 지점장은 "얼마 전 경쟁 C은행이 만기 연장을 거절해 인근 점포의 중소기업 고객들이 대출 문의를 해오고 있지만 우리도 대출 금지조치가 내려져 한 건도 해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도 하루하루 결제자금을 막기위해 피튀기는 전투를 벌이는 상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권이 추진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발을 빼면서 자금 악화의 악순환을 겪고 있기 때문.

은행연합회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체 자율워크아웃 작업도 답보 상태. 은행권이 저축은행까지 자율 협약에 이끌어냈지만 보험사와 증권사들이 협약을 거부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이에 유탄을 맞은 건설업체는 이미 도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나 증권사, 저축은행이 빠진 상황에서의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실제로 몇개 건설사는 자율협약이 늦어져 도산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이 줄도산을 맞는 사태가 현실화되면 은행권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새로운 금융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지난 2006년부터 중소기업대출을 강화해 그 해 44조원, 2007년 68조원, 올 해 6월까지 34조원 등 2년 반 만에 무려 150조원 가까이를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이 자금의 만기가 몰려들면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번 중소기업 자금난에 대한 책임에서 은행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항변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소기업이 겪는 자금위기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채비율이 높은 한계기업이 구조조정에 실패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 현재의 자금난은 자금시장 경색으로 미스매칭(만기관리 실패)에 따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유동성 문제와 더불어 부실이 우려된 회사들도 많은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조속한 대책을 수립하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6일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의 '국제적 금융위기와 우리의 대응' 조찬회에서 임기영 IBK증권 사장은 "당장 정부가 후순위채 1조원만 투입하면 중소기업에 8조원 정도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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