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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前 한은총재 "종부세 완화, 양극화 심화"

최종수정 2008.09.09 08:44 기사입력 2008.09.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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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부세 완화 등 감세정책이 우리 경제의 문제점인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더러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현재의 9월 위기설에 대해 외환위기가 아니라 민생위기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9일 KBS1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와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갈 수록 대기업·부유층 등이 혜택을 보는 반면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전 총재는 "특히 종부세 완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며 "현재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종부세를 내린다면 역사의 큰 과오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감세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감세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소비와 투자 촉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절반이 소득세를 안내기 때문에 소득세를 줄여주는 것은 결국 고소득층에만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현재 투자가 안되는 것은 기업의 자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 투자로 인한 수익 전망이 어둡기 때문인데 감세를 통해 과연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9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어려움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민생경제가 당시 못지않게 어려워지고 있어 민생위기가 몰아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전일 미국 정부가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인수한다는 호재 덕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금융시장이 안도감을 나타냈지만 이는 금융불안이 근본적으로 치유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실물경기의 침체과정이 닥쳐올 수 있어 무조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현재의 환율 악화는 우리나라 경제 체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경우에 정부가 개입해봤자 소용이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남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말고 물가안정 등 국가의 경제 체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금리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으나 물가 및 환율 안정, 국제수지 개선 등이 더 중요해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재는 "현재의 민생경제 어려움은 양극화 때문"이라며 "앞으로 더 심화됐으면 됐지 개선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작년 5% 경제성장에 이어 올해도 4% 성장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민생경제가 어려운 것은 결국 대기업과 부유층만이 호황을 누리고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농업인 등이 심극한 불황에 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80%의 책임은 개방체제 속의 무한경쟁, 중국 등 저임금 국가의 부상 등 외적인 요인과 국내의 고비용 투자기피, 고용없는 성장 등 경제체질의 문제지만 나머지 20%는 정부의 성장위주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를 살려가자면 강력한 국민들 지지가 필요하지만 지금 정부는 대기업 및 부유층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전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은 CEO 대통령인데 기업과 국가의 CEO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국가 CEO는 낙오되는 쪽, 그늘에 있는 쪽도 함께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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