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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戰, 맹장들의 '전쟁터'

최종수정 2008.09.03 16:03 기사입력 2008.09.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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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전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상가격 7조원, 세계 3위 조선업체, 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형 인수합병(M&A)답게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전사적 총동원령을 내리며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의 승패는 병력, 물자, 전술에 의해 갈리기 마련.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총사령관의 의지다.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저마다 색깔이 제각각이다. CEO의 스타일에 따라 이번 인수전의 전개 양상을 풀어 봤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구택 회장은 뼛속까지 '포스코맨'이다. 공채 1기 출신으로 일찌감치 부터 박태준 명예회장에게 포스코를 이끌 지도자로 낙점 받아 핵심 부서들을 두러 거치며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실제 업무에 있어 조용하고 크게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해 '외유내강'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중대한 사안에 직면 했을 때는 뚝심과 배짱으로 뭉친 맹장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번 대우조선인수전에서도 이 회장은 관련 전면에 나서서 관련 사안들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현재 매일 대우조선 인수전에 관련해 진행과정과 경쟁사들의 동태, 관련 정보 등을 실무 팀으로부터 보고 받고 같이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포스코의 전문경영인이지만 지배주주는 아니다. 오너십의 부재를 포스코의 약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사내에서 이 회장의 지배력은 오너 그 이상이다.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포스코의 숨겨진 저력을 모조리 끌어내면서,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때 '다이너마이트 주니어'로 통했다. 부친인 고(故)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생전 별명은 '다이너마이트 김'으로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랑하며 기업을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도 대한생명 인수 등 불가능할 것만 같은 비즈니스를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뚝심과 추진력으로 성공시킨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에서 가장 핵심경쟁력은 '김승연 회장' 자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승연 회장이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을 29세에 승계 받아 유화와 화약을 중심으로 한 제조부문, 대한생명과 한화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 백화점과 리조트를 아우르는 유통과 레저 등 신성장 3대 축을 완성했다.

이번 대우조선의 인수합병도 김승연 회장의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측도 오너의 강한 인수의지와 더불어 다양한 M&A 경험과 그동안 인수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컸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한화의 강점은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력한 조직력이다. 김승연 회장은 '제2의 창업'이라고 내세울 정도로 대우조선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금춘수 경영지원실장을 포스트로 한 인수팀의 행보에 거칠게 없다는 게 그룹 측의 전언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LG에서 계열 분리하기 전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공동오너였다. 구본무 회장이 신성장동력 발굴, 신규사업 진출 등을 진두지휘했고, 허창수 회장은 주로 재무나 경리업무를 담당하며 뒤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 있었다.

과거 허 회장은 오랜 기간 LG그룹에서 구본무 회장을 보필하는 2인자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보니,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오너라기보다는 이를 도와주는 재무담당 전문경영인에 가까웠다.

재무통ㆍ경리통으로 오랜 경험을 쌓은 덕에 철저하게 재무제표를 보고 가치를 따져보고 결정하는 허 회장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태생적 한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무리한 도전이나 성장 위주의 경영전략은 GS에선 아예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참모들도 대부분 경리ㆍ재무통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대우조선 인수 참여도 지난 3년간의 심사숙고를 통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2005년 LG와 계열분리하며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전담팀을 구성해 국내외 전문기관 및 전략 컨설팅업체 등과 지난 3년간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왔다.

GS그룹 관계자는 "일본, 중국의 경쟁 조선업체 실무진, 전 세계 주요 선주, 선박 브로커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치밀한 사전계획을 짜 온 만큼 총수도 전과 달리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민계식 부회장은 노장이다. 그러나 아직도 마라톤을 완주하는 '백발의 노장'이다. 민 부회장의 업무스타일도 마라톤을 닮았다. 꾸준하고 성실하지만 절대 포기 하지 않는 것이다.

1999년 부사장때 회사에서 거부당한 태양광 사업을 접지 않고, 2004년 부회장 자리에 오르자 다시 꺼내 들어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지정했을 만큼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인수 관련 실무는 이수호 재무담당 부사장이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그리고 민계식 부회장과 공동대표인 최길선 사장 둘다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의 방침에 정해진 만큼 최고경영자층에서도 여기에 맞춰 일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에 있어 변수는 바로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이다. 현대중공업은 표면상 인수전에 정 의원이 관여하지도 않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정 의원이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시장 가격으로 거론되는 8조원 이상은 써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의 업무 스타일을 볼 때 조용한 듯 숨을 죽이면서 인수전의 막판까지 끈질긴 정보 싸움과 물밑 전술에 나설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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