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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큰 소리보다 소중한 것

최종수정 2020.02.12 13:07 기사입력 2008.09.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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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우리는 얼굴만 마주치면 베이징올림픽을 화제로 떠올렸습니다. 찜통더위에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도 우리의 시선은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가 있었습니다.

경기침체의 그늘 속에서,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메달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우리는 선수들의 투혼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밤마다 아파트가 밀집된 곳에서는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터뜨리는 함성으로 시끄러웠고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됐습니다.

9월이 시작됐습니다. 무더위는 떠나갔습니다. 국제유가도 그때보다는 많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9월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국민들의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표정도 어두워졌습니다. 어딜 가나 얼굴을 마주치면 경제위기의 실체를 화제로 떠올리고 위기의 끝이 어딘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기의 모습을 생중계하듯 쏟아내는 주먹만한 크기의 신문활자에 국민들은 노이로제가 걸린 듯합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태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1997년 외환위기를 연상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겪었던 1997년의 악몽이 태국에서 비롯됐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의 시장은 말이 아닙니다. 자고나면 추가되는 기업들의 자금난 괴담에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너도나도 현금 챙기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원화값 역시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증시에서는 코스피지수가 한때 1400선이 붕괴될 정도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의 경우는 투매공포로 9월 들어 이틀 새 시가총액 7조원을 날린 상태입니다. 시장이 패닉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일부 외신까지 가세, ‘검은 9월’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미국의 월가에서 한국의 9월 위기설이 과장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로이터통신 등에서는 외국인의 채권투자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면 심각한 위기를 다시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한국이 외환문제로 검은 9월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랄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이런 위기조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입니다. 9월 위기설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봄부터 이미 이런 얘기가 떠돌아 다녔습니다.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예고된 시점에서도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었습니다. 잠재적 불안요인이 현실로 옮겨질 조짐이 있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한 것입니다. 뒤늦게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한발 늦은 늑장대응이 된 셈입니다.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은 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모두가 나서서 위기라고 하면 ‘70~80%의 위기’가 100%로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식이 더 걱정된다는 의미입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채권·채무 규모도 커지게 되어있는데 외국은행 들이 보유한 차입금을 고려하면 위기관련 예측은 과장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실 중앙은행 총재의 한마디는 천금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만큼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이성태 한국은행총재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어렵지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말을 했습니다.

외채문제와 환율문제는 표리관계여서 환율상승 압력이 당분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말속에는 가시가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갈 것이고 어려운 과정은 예상되지만 1997년과 같은 상황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단”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 할까요?

1997년 위기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경제가 위기의 터널에 멈춰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는 의미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어떻게 지혜롭게 이런 위기상황에 대처하느냐입니다. 국민들은 현재의 위기조짐이 심리적인 문제에서만 비롯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강 장관의 설명처럼 위기관련 예측이 과장된 것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997년 같은 수렁에 우리경제가 빠지지 않는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말을 믿고 싶습니다.

망망대해에서 선원들은 선장의 판단 하나로 희망을 얻을 수도, 희망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선장이 제대로 인도하면 선원들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신뢰에 금이 가면 선장이 어떤 말을 해도 선원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선장의 위치에 있는 정책당국자들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선원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지혜를 짜내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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