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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공계 지원자 급감.. 산업인력 확보 '비상'

최종수정 2008.08.19 07:00 기사입력 2008.08.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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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와 다름없던 일본을 기적적으로 재건시키는데 크게 공헌한 기술 인재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고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가 18일 보도했다.

일본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도쿄대학에서조차 이공계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가 하면 지방대학에서는 공학부를 아예 없애거나 입학인원을 줄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여파로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력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 대학서 이공계 기피 현상 두드러져=학부제인 도쿄대학의 경우 한 학년에 총 3200명 가량의 학생 중 1200명 정도가 이과로 입학한다.

이과는 토목, 기계, 전기, 화학 등의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2년간의 교양과정을 마치면 3학년 과정부터는 학과에 배치돼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이 때 학과 선택은 성적순에 따르게 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지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부로 빠진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과와 문과 지원 구분이 없어지면서 벌어진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이공계 교수들은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경제학부로 빠지고 있다"며 한숨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올 봄 3학년들의 학과 선택에서 이과는 전 학과가 미달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지구시스템공학과 정밀기계공학과를 통합, 시스템 창성학과로 새출발하면서 현재 1학년은 130명으로 공학부 최대 인원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이 역시 지속되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학 이공계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규슈공립대의 경우 올해부터 이공계 학생 모집을 중단했다.

한창 잘 나가던 지난 1991년 입시경쟁률은 3대 1에 달했지만 최근 들어 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지원자를 전원 합격시켜도 정원에는 못 미칠 정도였다.

◆ 이공계, '학생 모셔가기' 하늘에 별따기 =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지다 보니 전국 대학에서는 공학부 학생 모집이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대인 히로시마 공대는 수도권 대학으로 지역 학생들을 빼앗기고 있어 인문계 졸업생은 물론 공고, 상고 졸업생까지 가리지 않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치공과대는 학교를 공립으로 전환해 학비를 내리기로 했다.

사쿠마 다케토 고치공과대 학장은 "고치현 1인당 소득은 평균 215만엔인데 1년 학비는 124만엔"이라며 "지방대 공학부는 공립으로 전환해 학비라도 내리는 길만이 살 길"이라고 호소했다.

일본 공학 교육개혁의 선구적인 학교로 알려진 가나자와 공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995년 1만명이 넘던 지원자가 2008년에는 6523명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시카와 겐이치 가나자와 공대 학장은 "기술력에서 외국을 따라잡고자 했던 고도성장기에는 이공학부의 인기가 높았다"며 "이는 일본의 시련의 시기"라고 한탄했다.

◆ 기업들 "韓中 기술력 무서워" = 대학에서 이공계의 인기 추락은 기업의 인재 확보에도 어둔 그림자를 떨구고 있다.

세계 2위 철강사인 신일본제철의 기술부문 책임자인 하마모토 야스오 상무는 "예상 외로 신규 채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금속공학과가 재료공학으로 바뀌면서 신일철이 요구하는 관련 학부 졸업자는 매년 700명에서 100명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대 경쟁사인 한국과 중국의 추월을 견제하는 하마모토 상무는 "자동차용 강판과 전자강 등 상품개발기술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에는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독자 기술로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해 실용화하는데 성공한 데다 비용 삭감 차원에서 저질 석탄을 활용한 제철기술을 도입했지만 신일철은 아직 이 같은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국은 조강생산량을 일본의 4배 이상 늘린데다 일본의 1.5배 정도인 120만명에 달하는 연구 인력으로 일본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일본의 정밀 금형메이커인 오가키 정공의 우에다 가쓰히로 사장은 "한국에서는 매년 고등교육을 받은 금형기술자가 2600명이나 배출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한국과 중국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후지쯔 솔루션 사업부의 총괄부장인 도이 유이치 인재개발부 부장은 "OS 개발에 필요한 최신 컴파일러 기술은 대학원 졸업자에게도 어려운 과제인데 이공계가 이렇게 낙후되면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은 신흥국보다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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