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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0억달러 돌파, 1년 먼저 열다

최종수정 2008.08.18 14:05 기사입력 2008.08.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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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년 수출60년-⑫]1억달러 수출돌파 6년만에 두자릿수 시대로
중화학육성의지 밝히기도…76년까지 23%↑
실제론 71년에 통관기준 수출 10억달러넘어


강석진 대명목재상사 사장(왼쪽)이 1970년 11월 30일 제7회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수출최고상을 수상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 대한뉴스)
"요즘도 궂은 날이면 허리가 영 시원치 않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운동이라도 좀 하는 날은 영락없이 허리가 쑤시고 아프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대수로울 것이 없다."

입금기준 수출실적이 10억달러를 넘어섰던 1970년에 상공부 수출진흥과장으로 일했던 홍성좌씨(전 상공부 차관, 특허청장)는 이해 수출의 날 행사 때 다친 허리 때문에 평생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행사 10분전 기념식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하던 홍 씨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부터 단상 앞에 있는 대형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요청을 받았다. 높이가 1.5m 정도 되는 소철화분이 대통령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침 현장에 있던 유득환 사무관(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과 함께 무거운 화분을 맞잡고 옮기다 허리를 삐끗했다.

홍씨는 이날 부상으로 2주일간 결근해야만 했지만 후유증은 평생을 괴롭혔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 국민, 정부가 수출확대에 온 정성을 쏟던 그때 분위기를 생각하면 자신의 부상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수출의 날 기념식은 원래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자리)에서 게최됐지만 1970년에는 입금기준 수출 1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장충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열렸다. 코트라(KOTRA) 사장이 하던 개회사도 상공부 장관의 경과보고로 대체돼 이낙선 장관이 맡았다. '황금의 60년대'로 불리던 64년에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지 정확히 6년만인 이해 수출이 입금기준 10억380만8000달러를 기록, 두자리수 억불 수출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해 수출실적은 통관기준을 적용하면 8억3500만달러에 그쳐 공식적인 수출 10억달러 돌파는 71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71년에야 통관기준 수출실적이 10억달러를 넘어 10억6800만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수출에 대한 국민적 열정에 맞춰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낙선 장관은 결과적으로 한해를 앞당겨 치른 셈이 된 1970년 무역의 날 경과보고에서 "올해 수출 10억불의 달성은 70년대 상위 중진국권에 돌입해야 할 우리의 과제를 더욱 피끓게 했다"면서 "그러나 이 10억불의 달성은 대부분 자연자원과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제품에 의존했던 사실을 차치할 수 없으며 이런 상품으로는 수출신장의 한계성을 비치기 시작했으므로 앞으로의 수출은 화학과 기계공업이 대종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중화학공업 육성의지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호남석유공장 야경(사진 e영상역사관)


이 해의 수출 10억달러 돌파는 정부와 기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이후 76년까지 연평균 23.5%라는 경이적 수출신장을 이룩하는 전기가 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신앙에 가까운, 수출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큰 몫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때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은 2년후 세계를 엄습한 제1차 석유파동과 뒤이은 세계경기침체의 격랑을 헤치고 고도성장의 기적을 일궈냈다. '자립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장기 전략으로 중화학공업으로의 경제구조조정을 시도한 것도 이때의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73년 12월에 경제기획원이 제시한 '우리경제의 장기전망(72~81)'에 따라 중화학 공업건설이 추진됐다. 당시의 중화학공업 건설계획은 철강ㆍ화학ㆍ비철금속ㆍ기계ㆍ조선ㆍ전자공업을 6개 전략산업으로 지정, 중점 육성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과잉투자와 중소기업의 기반을 무너뜨린 처사였다는 일부의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들이 21세기를 맞이한 현재까지 우리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품목들이라는 점에서 당시 정부의 선택이 옳았음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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